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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부는 14개 신규 철도노선을 민간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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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빠른 이동서비스 확대, 출퇴근 부담 해소, 온실가스 저감 등 우리 사회에서 철도 증설에 대한 요구는 크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한계에 달했다. 부족한 재정 여력을 보완하면서 조기에 철도 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를 활용한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국토의 균형발전과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철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수익을 우선하는 민간 사업자에 철도를 넘긴다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는 민간투자 사업의 폐해로 신음해왔다.”(전국철도노조 성명서)

6일 발표된 민자 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철도노동자들의 주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철도 노선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정부는 철도를 건설·운영하는 데 민간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국가 기간 교통망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민영화 정책을 전면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 철도 노선이 생기면 당장 지역주민들에게는 이동이 편리해져 도움이 되겠지만, 민자 철도가 대거 확대될 경우 철도의 공공성이 크게 약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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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으로 퍼지는 민자 철도

정부는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9차 재정전략협의회를 열고 ‘민자 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 확대할 철도 노선 36개 중 14개의 건설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는 등 정부 계획대로라면 ‘수색~서울~금천구청’과 ‘평택~오송’(경부고속선), ‘용산~청량리~망우’(중앙선), ‘김천~거제’(남부내륙선), ‘춘천~속초’(춘천속초선) 등 전국 곳곳에 민자 철도가 들어설 예정이다. 민자 철도는 공공철도인 코레일의 철도망과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춘천~속초’ 철도가 생기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한번에 갈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그동안 수도권 광역철도에 집중했던 민자 철도 사업을 지역 간 연결 철도 등 국가철도망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자 철도를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국가 재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인 철도건설 예산이 올해 5조2천억원에서 2020년에 4조1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 경기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의 유동자금을 국가철도망 구축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14개 철도 노선 건설에 약 33조원이 필요한데, 19조8천억원을 민간 자본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업 방식을 다양화해서 민자 철도 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 “요금은 정부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수익을 낼 만한 구조를 만들어 요금이 안정화되도록 하는 대신에 요금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도록 정부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간 사업자의 수익 보장을 위해 선로 등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를 맡기거나 코레일이 민자 철도를 이용할 경우 사용료를 받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코레일과 민간 사업자가 통합 법인을 설립한 뒤 각각의 노선을 연계해 운영하게 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 철도역세권 개발 등 민간이 적극적으로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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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공공성 약화, 민자 철도 부작용 우려

민자 철도가 전국적으로 대거 확대되면서 요금 인상이나 안전 문제, 적자 등 민자 철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민자 철도 운영은 이득보다는 문제점이 컸기 때문이다. 민자 사업이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로 일정 수준의 운영수익이 나오지 않자 사전계약에 따라 재정으로 이를 보전받거나 공공철도에 견줘 높은 요금을 징수하는 일이 잇따랐다.

현재 정부가 주도한 민자 철도는 5곳이 운영 중이고 4곳이 건설되고 있다. 대표적인 민자 철도인 인천공항철도는 수요 예측 실패 탓에 2008~2014년 1조3천억원의 재정이 들어가는 등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비용보전 제도에 따라 2040년까지 8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지원돼야 한다. 지난 1월 개통된 신분당 연장선은 요금폭탄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신분당선 1개 노선을 2개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면서 적자운영 등을 이유로 요금을 높게 받고 있다. 현재 신분당선 전 구간인 강남~정자~광교역 편도 요금은 2950원이다. 같은 거리인 분당선 강남~죽전 간 이용요금 1750원에 견줘 1200원이나 비싸고 광교에서 강남까지 운행하는 광역버스보다도 450원이나 비싸다. 지역사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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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민자 철도도 문제가 심각하다. 민자 철도인 서울지하철 9호선은 2012년 요금을 일방적으로 5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큰 갈등을 겪었다. 최근에는 차량 증설이 늦어지면서 오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염창역에서 당산역 구간 급행열차 혼잡도가 최대 234%에 이르는 등 ‘지옥철’로 불리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용인 경전철은 적자 보존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까지 흔들리고 있을 정도다.

결국 철도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공공철도인 코레일을 중심으로 국가 철도망이 운영돼왔는데, 이번 민자 철도의 확대로 철도의 공적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김정한 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공공기관을 민간에 파는 것만 민영화가 아니다. 공공이 맡아야 할 기능을 수익이 중요한 민간에 넘기는 것도 민영화”라며 “요금이 올라가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철도 업무의 상당 부분을 외주화해서 안전 문제도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철도 건설에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대기업이나 외국 투기자본이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성이란 것이 공기 같은 특징이 있어서 그냥 있었을 때는 중요성을 알기 힘들다. 공공성이 약화됐을 때 부작용은 금방 눈에 띈다. 신분당선은 민자 철도라는 이유로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며 “저렴한 요금, 안전 문제는 공공체계일 때 가장 확실히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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