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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교회' 아침 8시 고위 판검사가 오 목사의 '로열층'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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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회 가운데 가장 값비싼 예배당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지난 5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전까지, 공공도로 지하에 교회당 신설을 강행한 사랑의교회와 이를 허가한 서초구청의 처분은 아무도 막을 자가 없어 보였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모두 서초구청과 사랑의교회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조인 신도의 힘이 작용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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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14일 아침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맞은편에 거대한 성채처럼 우뚝 솟은 사랑의교회 8층 회의실에 목사와 장로, 교인 1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오전 6시에 시작해 7시30분까지 이어진 ‘토요비전새벽예배’를 막 끝낸 참이었다. 사랑의교회 북쪽 건물 8층은 오정현 담임목사의 집무실이 있어 교인들도 아무나 올라올 수 없는 ‘로열층’으로 불린다.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 이들은 잠시 기도를 한 후 회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엔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 소속인 김회재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현 광주지검장)와 지대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대전고법원장)가 있었다. 또 법조선교회 회장이자 도로점용 주민소송 1, 2심 변론을 맡은 김건수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와 백무열 로고스 변호사(현 한국은행 법규제도실)도 있었다. 법조선교회를 담당하는 목사 2명과 장로 4명, 사역지원실 처장 1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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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오정현(60) 담임목사의 퇴임을 요구하는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갱신위) 쪽 교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었다. 갱신위는 2013년 오 목사의 논문 표절과 서초동 새 교회당 건립 위법성 논란을 문제삼으며 결성됐다.

장로교(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인 사랑의교회는 교회 주요 사항을 장로와 담임목사로 구성된 당회에서 결정한다. 사랑의교회 당회원은 모두 45명(당회장 오정현 목사 포함)이나 이 중 갱신위 소속 장로가 16명이다. 당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오정현 목사 쪽 장로들이 3분의 2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는 당회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갱신위 소속 장로들을 휴직시키고 오 목사 쪽 사람들을 장로로 새로 임명할 방법을 논의했다. “당회 의결권 3분의 2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만 휴직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휴직 카드는 모든 조처를 하고 나서도 안 될 경우 최후 수단으로 써야 합니다.” 사랑의교회에선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모임을 ‘사역지원실 자문위원 회의’라는 제목의 회의록으로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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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의 압권은 말미에 나온 발언들이었다. “상대방의 손발을 묶기 위해서는 사사건건 형사고소를 해 (검찰이나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다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갱신위 교인들이 갱신위에 내는 후원금을) 교회 헌금에 대한 횡령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신도들을 압박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악용’하자는 제안이었다.

갱신위 소속 교인들은 오정현 목사의 교회 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고, 사랑의교회 교회당의 도로 점용을 문제 삼은 서초구민들의 주민소송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일요일마다 갱신위 교인들이 교회당 앞 반포대로 건너편에서 오 목사의 비리 문제를 제기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교회로선 명예훼손이란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갱신위의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했다.

더욱이 사랑의교회를 둘러싼 각종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차관급인 현직 검사장과 고법 부장판사가 이런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법조인의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관 윤리강령에는 “법관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적 조언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전 법원행정처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해당 판사의 행동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사가 큰 송사가 진행 중인 교회에 들어가 조언을 해준다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갱신위 쪽은 사랑의교회가 지금까지 교인들을 상대로 무려 100여건의 고소 고발을 제기했다고 주장한다. 2014년에는 평신도를 상대로 소송단을 모집해 갱신위 교인들에게 소송을 걸도록 하고 지원금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돈을 지급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갱신위에서 활동해온 김근수(53) 사랑의교회 집사는 사랑의교회 쪽의 고소 고발의 집중 표적이었다. 김 집사는 2013년 7월 “오정현 목사가 교회 예배 실황 음반 수입금과 서점 수익금 등 3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아들 2명의 유학 학비도 교회 공금에서 썼다”며 오 목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그는 사랑의교회 쪽으로부터 8건가량의 고소와 고발을 당했다. 사랑의교회는 옛 강남역 교회당 리모델링 공사를 방해한다며 그와 교인 23명을 상대로 공사 방해 금지 소송을 냈다. 김 집사가 아이들이 지나다니다 다칠까 봐 강남 옛 교회당 앞에 설치된 철제 공사장 가림막을 철거한 것도 ‘재물손괴’라며 고소를 했다. 또 일부 교인들은 고 옥한흠 원로목사의 아들인 옥성호씨가 아버지의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것을 횡령이라며 소송을 걸었고(1심 패소), 옥씨가 “중립 지키는 교인이 교회 타락 주범”이라고 쓴 칼럼도 명예훼손이라며 역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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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김회재 광주지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인으로서 교회에 문제가 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대운 대전고법원장은 “무슨 회의가 있는지 모르고 갔다. 참석한 사람들에게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법률 조언을 해주는 것은 곤란하다. 다음부터는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절대로 주변에 법률 조언을 하거나 재판 관련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일가친척들하고도 멀어질 정도”라고 해명했다.

회의록에는 최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도 참석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김회재 검사장은 “홍 변호사는 그날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갱신위 소속 권영준 장로(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의록 참석자 명단에 있는 홍 변호사가 그날 참석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믿기 힘들다”며 “오정현 목사 쪽 법조인들이 검찰의 오정현 목사 횡령 혐의 수사와 사랑의교회 관련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대검과 대법원이 나서서 공정하게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재 검사와 지대운 판사, 김건수 변호사와 홍만표 변호사는 모두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 회원이란 공통점이 있다. 사랑의교회 법조선교회는 1996년도 김병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법판사)와 백현기 법무법인 로고스 전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법판사), 심동섭 소망교도소장(전 서울고검 검사)이 주축이 돼서 만들어졌다. 판사, 검사, 변호사, 법대 교수 등 법조계 인사들은 물론 경찰, 기자 등 비법조인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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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법 실천을 통한 정의사회 구현’을 표방하며 기독교법 사상 관련 세미나 개최와 번역 출판, 교인들의 법률 상담 등을 해왔다. 법조선교회 회원이었다가 오 목사의 논문 표절을 조사하고 지금은 갱신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온누리교회도 법조선교회를 만들었지만 서초동 법조단지 가까이에 있는 사랑의교회만큼 지속해서 운영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작성된 법조선교회 명단을 보면, 전체 회원 154명 중 판사 19명, 검사 11명, 변호사 74명, 교수 6명 등 법조인이 100여명에 이른다. 오정현 목사는 그동안 여러 설교에서 사랑의교회에 소속된 법조인이 200~250명가량 된다고 이야기해왔다.

오정현 목사는 법조선교회를 든든한 배경으로 삼았다. 오 목사는 2009년 5월 건축설계사무소 쪽과 한 회의에서 대검과 대법원의 주차장을 쓸 수 있으면 교통영향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대검찰청, 대법원의 주차장도 쓰려고 한다. 우리 판검사가 250명이 되니까. 그런 차원에서 교통평가는 큰 문제가 없도록 빨리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를 발단으로 오 목사의 퇴임을 요구하는 갱신위원회가 생기며 교회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법조선교회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고위급 법조인 중에선 김회재 검사장, 지대운 고등법원장, 홍만표, 김건수 변호사만 선교회에 남았다. 나머지는 교회를 떠나거나 법조선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사랑의교회를 떠난 한 고위 법관은 “오정현 목사가 별로 훌륭한 것 같지 않고, 교회 건물 새로 짓는 것에도 반대해서 교회당 옮기기 전에 나왔다. 난 법조선교회 활동을 안 했다. 교회에서 법조인이라면 일단 법조선교회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선교회 활동을 그만둔 한 고위 법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떠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판사는 분쟁이 있으면 떠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다녔고 가족들이 다니고 있어서 교회를 옮기지는 못하고 예배만 참석하고 온다. 오정현 목사가 온 뒤에 교회 정체성이 변질됐다”고 말했다.

교회가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법조선교회도 이전과는 다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이화숙 교수는 “법조선교회 소속 변호사들은 사랑의교회 소송을 대리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지금은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갱신위 쪽에서는 법조선교회 소속 법조인들이 오정현 목사 관련 수사 정보를 빼내고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 쪽은 “고소 고발은 갱신위가 교회를 상대로 먼저 시작했으며, 지금도 2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교회 소속 법조인들에게 사랑의교회에 유리한 쪽으로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쳐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도 4만5000명에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교회당을 지은 사랑의교회의 내부는 겉과 달리 깊이 곪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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