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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76세 일기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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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 사이로’, ‘체리 향기’, ‘사랑을 카피하다’ 등을 연출한 이란의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올해 나이는 76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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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이 이란의 뉴스 에이전시 ‘ ISNA’의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키아로스타미는 최근 치료를 위해 파리에 머물러 있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위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파리에서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가디언’은 또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등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명망에 오른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의 추모를 전했다. “매우 슬픈 일이다. 그는 단지 영화감독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영화와 사적인 생활에서 모두 현대적인 신비주의자였다.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 먼저 길을 낸 선구자였고,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위대한 사람을 잃은 건, 단지 영화의 세계만이 아니다. 전 세상이 정말 위대했던 한 사람을 잃었다.”

또 다른 세계적인 이란의 영화감독인 모흐센 마흐말바프도 “키아로스타미는 지금 이란 영화가 세계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며 “하지만 그의 영화는 이란에서 많이 상영되지 못했다. 그는 영화의 세계를 바꾸고 더 새롭게 했으며 할리우드 영화와는 대조적으로 영화를 인간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974년 ‘여행자’로 데뷔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아마추어 배우를 주로 쓰는 그의 영화는 기록영화와 극영화의 중간 경계쯤에 위치해 누추하고 고단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희망에 찬 눈으로 조망했다.”(‘씨네21’ 영화감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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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가 한국에 알려진 건, 1996년에 개봉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였다. 친구의 공책을 잘못 가져온 사실을 안 소년이 공책을 갖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이란의 어느 중년 감독이 만든 영화는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시네필 문화와 맞닿아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올리브 나무 사이로’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한 ’체리 향기’ 등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키아로스타미는 한국의 영화팬에게도 매우 친숙한 감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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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bas kiarostami1997년 '체리향기'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아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지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의 마스터클래스 강연에서 남긴 한 마디다.

“자연은 곧 인간 내면에 있는 모습이다. 내 영화에는 어린아이, 신경질적인 사람, 싸움하는 사람, 별별 인간군상의 모습이 다 있다.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다 영화에 녹아 있다. 작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의 경험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영화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은 한 명이고,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배우들에게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삶을 표현하도록 한다. - '씨네21' 부산영화제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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