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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투싼 범퍼 '내수-수출' 차별 의혹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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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CSON HYUNDAI
This photo provided by Hyundai Motor America shows the 2016 Hyundai Tucson. Hyundai’s entry in the fast-growing small SUV market gets longer, wider, sleeker and more efficient. The automaker added 3 inches to the Tucson’s length and made the SUV just over an inch wider. (Morgan Segal/Hyundai Motor America via AP)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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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SUV 투싼이 '내수-수출' 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현대차는 곧바로 해명에 나섰고, 반박 의견과 재반박 의견이 제시되면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연 이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의혹 : '우수' 등급 받은 투싼, 내수용은 다르다?

1주일 전인 6월27일, 자동차 매체 '모터그래프'는 "미국에 판매되는 현대차 투싼에 장착된 중요 안전 보강재가 국내 차량에서는 삭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문제로 지목한 부품은 앞범퍼의 뼈대를 이루는 '범퍼빔'이다.

논란의 발단부터 살펴보자.

미국 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소형 SUV 7종을 대상으로 한 조수석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스몰오버랩테스트는 약 64km/h의 속도로 달리는 차량 전면의 25%를 충돌시키는 시험이다. 세계적으로 그 권위와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자동차 안전성 시험을 실시하는 IIHS가 2012년 도입했으며, 이후 두 차례 시험규정이 개정됐다.

이 시험은 자동차 정면충돌 사고의 상당수가 '전면(100%) 충돌'이 아니라 '부분 충돌'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기존 정면충돌 테스트와는 충격 지점과 그 영향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구조 보강 등 별도로 대비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이번 충돌시험에서 IIHS는 기존에 스몰오버랩테스트가 이뤄지던 운전석 쪽이 아니라, 조수석 쪽을 충돌시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현대 투싼은 7개 차량 중 유일하게 운전석과 조수석 측 모두에서 '우수(Good)'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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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7종에 대한 조수석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 ⓒIIHS


그러나 모터그래프는 '우수 등급을 받은 투싼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과 부품이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북미형 모델과 내수형 모델의 부품이 다르기 때문에 그 안전성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IIHS는 스몰오버랩을 위한 여러 안전장비 중 범퍼빔에 집중했다.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좌우 대칭형으로 범퍼빔을 확장했으며, 소재와 재질을 양쪽 모두 적절히 보강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범퍼빔만이 충돌안전에 유일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IIHS측은 보고 있다.

(중략)

범퍼빔을 비롯해, 프레임레일, 사이드프레임 등 다양한 부품들이 모두 우수해야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데, 투싼은 이 점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점은 미국에 판매되는 투싼에 해당되는 설명이다. 국내에는 이 중 범퍼빔을 확장한 부분이 양쪽 모두 삭제됐기 때문이다. (모터그래프 6월27일)

모터그래프는 직접 투싼의 앞범퍼를 탈거해 본 결과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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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형 투싼의 앞범퍼를 탈거한 모습. 사진 속 하늘색 부분이 '범퍼빔 확장' 부분. ⓒII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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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그래프가 비교한 북미형 투싼(위)과 내수형 투싼(아래).

모터그래프는 "미국에 판매되는 투싼과 국내에 판매되는 투싼의 범퍼 내부는 눈으로 보기에도 전혀 달랐다"며 IIHS가 지난 2014년 12월 낸 리포트에 나온 이미지를 인용했다. 이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품들이 개선 또는 보강되어야 하며, 이 중에는 범퍼빔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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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범퍼빔'이다. ⓒIIHS


해명 : 현대차, '안전성과는 관련 없다'

논란이 퍼지자 현대차는 30일 공식블로그 '오해와 진실' 코너에 반박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현대차는 "내수용 범퍼와 북미용 범퍼는 구조가 다른 게 맞"다면서도 "재질 및 강성 등 본질적인 요소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빔(Beam) 좌우 끝단에 ‘코너 익스텐션(Corner Extension)’이라는 부분이 있고 없고 정도의 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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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설명하는 '코너 익스텐션'의 기능.

현대차가 내놓은 해명의 핵심은 아래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투싼 범퍼 빔의 코너 익스텐션 유무 정도는 테스트 결과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면 해당 부분은 충돌 안전성과는 거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의혹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를 좌우하는 건 범퍼빔의 '하늘색 부분'이 아니라 차체의 강성과 A필라 등 다른 요소들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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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하는 방식이야 메이커마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현존하는 가장 가혹한 이 테스트는 “범퍼 끝에 사양이 조금 더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 보다는 차체의 강성 및 설계 능력, A필라 및 힌지 필러 등의 강도와 훨씬 큰 연관성이 있습니다.

투싼은 힌지 필러, A필러, 프론트 사이드씰 등, 주요 부분에 980MPa급 이상의 초고장력강판을 붉은색 표시 부분처럼 대폭 적용하여, 운전석과 조수석 주변의 차체를 보강함으로써 차체 강성을 극대화하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투싼으로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실시하여도 결과는 동일합니다. 국내 투싼 오너 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SUV를 운행하고 계신 것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현대자동차 공식블로그, 6월30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굳이 차이를 둔 이유는 뭘까?

현대차는 "한국과 유럽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는 보행자 보호 법규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북미에 적용 중인 코너 익스텐션을 유럽 및 내수 사양에 적용하면 보행자가 범퍼에 충돌 시 상해가 발생되어 해당 법규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적용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것.

반면 미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으며, "대신 (수리비 산정등급을 결정하는) 미국 IIHS 범퍼 테스트에서는 코너 익스텐션을 장착한 상태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품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박 : '엉터리 의혹을 제기한 기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차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도 나왔다. 모터그래프의 기사가 공학적 이해 없이 감정적인 추측에 기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

스스로를 '공돌이'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 '정주영(닉네임)'은 1일 '테스트드라이브'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의 핵심 역시 범퍼빔의 '하늘색 부분'은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를 좌우하는 건 의혹이 제기된 해당 부분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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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용자는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이 25% offset 대응을 위한 Energy Absorber"이라고 적었다.

이 글은 3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200개 가까운 댓글이 붙었다. 글쓴이는 일부 반박 댓글에 대응하며 이렇게 문제를 요약했다.

만약 "공돌이 입장에서 저 범퍼익스텐션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면, 있긴 하지만 너무 미미해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대답해 드립니다.

같은 날, 또다른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한만두'라는 이름의 이용자가 IIHS 담당자와 직접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이용자 역시 담당자와의 질의응답 끝에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IIHS가 '범퍼 익스텐션'과 충돌시험 결과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부분이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IIHS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

따라서 범퍼빔의 '하늘색 부분'이 있어서 안전하고(북미형), 없어서 안전하지 않을 것(내수형)이라는 의혹에는 아직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재반박 : '안전성과 상관이 없을 수 없다'

논란이 계속되자 모터그래프는 현대차의 해명을 반박하는 기사 두 건을 2일과 4일에 연달아 올렸다.

1일에는 기사를 작성한 김한용 기자가 직접 출연하는 영상도 유튜브에 올렸다. 20분이 넘는 길이의 이 영상은 10만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모터그래프 역시 'IIHS 관계자의 답변'을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모터그래프 기사의 일부다.

사실을 알기 위해 시험을 진행한 미국 IIHS에 질문을 하기로 했다. IIHS의 부원장격인 러스레이더(Russ Rader)는 “우리가 칠한 파랑,녹색,노랑색,빨간색, 오렌지색은 모두 충돌 보호 구조물”이라면서 “각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부는 IIHS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에 도움이 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The painted parts in blue, green, yellow, red and orange are crash protection structures. We don’t know what the function of each structure is, but some of them are likely in place to help with the IIHS small overlap test)”고 답했다.

시험을 한 IIHS는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 부품들이 '충돌 보호 구조물'이라고 하는데 현대차는 왜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던 것일까. (모터그래프 7월2일)

small overlap test

이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참고해보자. ⓒIIHS

하지만 모터그래프가 IIHS 부사장으로부터 받은 답변에 의하면 색칠된 부분(첫 번째 사진)들은 충돌 보호 구조라는 것이었습니다. 각 부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일부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답을 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개인적으로 답을 들은 현대차 관계자의 증언에서도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이 보강됩니다. 설계나 소재, 구조 등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러게 되면 무게만 해도 몇십 kg 더 나가게 됩니다. 코너 익스텐션이 충돌 테스트에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코너 익스텐션이 과연 얼마나, 어떻게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는지 정확하게 알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스몰 오버랩과 무관한, 범퍼빔의 확장된 부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모터그래프 7월4일)


정리 : 진실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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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포인트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번 '차별' 논란의 핵심은 해당 부품(범퍼빔의 '하늘색 부분')의 유무가 차량의 안전성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부분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이 부분이 분명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늘색 부분이 있으니까 안전하다'거나 '하늘색 부분이 없으니까 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고, '현대차가 내수용을 차별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 의혹은 그저 의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이 부분이 명확하게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에 인용한 모터그래프 기사에서 밑줄로 표시한 부분에 주목해보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특정 부품의 유무, 구조물의 형상 차이 등)과 실제 충돌시험을 했을 때 나타나는 안전성 사이의 결과에 대해 IIHS의 시니어 리서치 엔지니어 베키 뮐러는 이렇게 설명했다. (역시 밑줄로 표시한 부분을 주목하자.)

최근의 조수석 측 충돌시험 결과는 그 (운전석과 조수석의) 차이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소형 SUV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시험에서, 왼쪽 대신 오른쪽 장애물에 충돌했을 때 대부분의 차량은 운전석 만큼의 안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범퍼 커버와 외부 부품을 탈거한 후 (육안으로) 살펴봤을 때 양쪽의 구조가 동일해보이는 차량에서도 안전성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뮐러는 "구조 개선(보강)이 운전석 쪽에만 이뤄진 사실이 육안으로 확인될 경우, 충돌시험 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며 "그러나 그 반대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차량은 양쪽(운전석 및 조수석)의 구조가 똑같아보였는데, 충돌시험 결과는 다른 경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시각적인 분석에만 의존할 수 없고 모니터가 필요한 이유이며, 앞으로 조수석 측면 보호에 대한 안전성 등급을 매기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모터그래프는 "만약 코너 익스텐션이 그들 말대로 스몰 오버랩 대응 부품이 아니라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보행자 충돌 테스트도 함께 실시해 그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대차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내수용-수출용 소나타 정면충돌 테스트'처럼 이번에도 관련 테스트를 실시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IIHS가 공개한 현대 투싼의 조수석 스몰오버랩테스트 사진과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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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Hyundai Tucson passenger-side small overlap IIHS crash test - IIHS

Passenger-side protection lacking in small overlap crashes - IIH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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