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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런던으로부터 금융허브의 지위를 빼앗으려는 도시들의 전쟁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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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의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자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더블린 등 유럽 도시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이미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M&G,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레그 메이슨,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T로웨 프라이스는 모두 런던에서 철수해 이웃 EU 국가로 이전하기로 윤곽을 잡은 상태다. 이에 따라 런던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자산운용 허브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아일랜드 외국인 투자청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며칠 뒤에 1천여 명의 전 세계 주요 투자자들에게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며 인력 이전에 협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무더기로 발송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관계 당국도 사업을 이전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를 바라는 은행들을 위해 특별 핫라인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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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쟁자 파리는 아주 적극적이다

프랑스의 금융산업 진흥단체인 파리 유로플레이스는 런던으로 찾아가 파리의 장점을 홍보하는 행사를 하기로 했으며 정부기관인 비즈니스 프랑스는 파리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장점을 나열한 안내책자를 만들었다. 파리 유로플레이스의 알랭 피통 사무국장은 "남의 고통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도 카드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영국에서 유로화 거래 청산(clearing) 기능을 빼앗아오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더블린이 경쟁상대다. 493조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이 걸린 싸움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유로화 거래 청산 기능을 파리로 옮기고 싶다"면서 "파리의 금융시장은 프랑크푸르트보다 두터우며, 기관투자자들도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3년부터 런던에 기반을 두고 1천900만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직원 100명을 아일랜드로 이전시킬 예정이고, 1995년부터 런던에 소재한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은 브렉시트 이전 룩셈부르크 등으로 운용허브를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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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금융산업의 비중은 12%에 달한다. 거의 220만 명이 금융 및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이 가운데 70만 명이 런던에 집중돼 있다. 영국에 기반한 자산운용사들의 운용자산은 5조5천억 파운드에 달하며 모두 6만 명이 자산운용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영국 금융업계는 유럽 도시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금융 허브 지위를 탐내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영국이 EU와의 탈퇴협상에서 이른바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를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패스포팅 권리는 EU의 한 회원국에서 사업 인가를 얻으면 다른 EU 국가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가 유지된다면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글로벌 은행들이 굳이 런던을 떠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패스포팅 권리에 관한 협상 타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영국의 EU 탈퇴협상은 일러도 올가을 이전에는 시작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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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더블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세법과 노동법, 생활비 등도 금융기업들이 이전을 검토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요소다. 런던은 독일과 프랑스보다 낮은 법인세, 유연한 고용규제를 무기로 금융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정규직원을 해고하려면 통상적으로 노조,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상을 통해 상당한 액수의 퇴직금을 챙겨줘야 할 만큼 고용 관련 규제가 까다롭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 노력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프랑스 측에서는 대안으로 파리로 이전하는 금융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제시하고 있으며, 프랑스 금융단체들은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런던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전 여부를 놓고 여러 가지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새로운 거점을 모색하기 위한 실무진을 구성했고 바클레이즈는 후보지의 하나로 더블린을 검토 중이다. 씨티그룹을 포함한 몇몇 대형 글로벌 은행들은 일단 6개월 정도는 패스포팅 권리 재협상의 가능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은행들을 상대하는 한 이주지원 업체에 따르면 몇몇 은행들은 비영국계 직원들이 영국에서 근무할 권리를 상실하거나 영국계 직원들이 EU 국가에서 취업허가를 잃을 가능성을 우려해 직원들의 인사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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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도 당연히 뛰어들었다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은행들이 런던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법률회사인 DAL 파이프의 마이클 맥키 파트너는 "EU 시장이 아니라 국제자본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런던에 진출한 은행들이 많다"고 말했다.

런던의 높은 생활비와 사무실 임차비용은 브렉시트 결정 이전에도 은행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주 지원업체인 R3 로케이션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업무 수요가 20%나 줄었다. 그런데도 런던을 떠나는 데는 여러 가지 애로가 많다. 언어와 시간대, 법률환경, 국제도시로서의 매력으로 볼 때 런던에 필적할 유럽 도시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는 런던보다 규모가 작은 탓에 기업들은 사무실 공간을 얻거나 직원의 자녀들이 다닐 학교를 찾기도 쉽지 않다.

FT는 은행 임원들의 보너스에 대한 EU 차원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런던이 가진 또 다른 무기라고 말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보너스 상한선 규정을 폐지할 수 있게 된다.

라이프스타일도 은행들이 검토할 요소에 속한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런던보다 생활비가 낮지만 지루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런던의 한 컨설턴트는 "미국 투자은행 사람들에게 그리 가라고 잘들 설득해보세요"라고 비아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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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런던은 아직 자신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