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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만원 염색' 피해 장애인을 분노케 한 것은 미용실 원장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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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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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인생이 망가진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애인에게 머리 염색 비용으로 52만 원을 받는 등 상습적으로 부당요금을 청구한 충북 충주 A미용실 사건을 고발한 이모(35·여) 씨는 착잡해 보였다.

뇌병변 장애를 앓는 이 씨는 지난 5월 26일 집 근처인 A미용실에 염색을 하러 갔다가 주인 안모(49·여) 씨가 일방적으로 52만 원을 결제하자 장애인단체와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안 씨는 "비싼 약품을 써서 특수 기술로 시술한다"고 속여 손님 8명에게서 24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이 씨는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안 씨는 터무니없는 요금을 받은 것도 모자라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대놓고 무시했다"며 "전혀 뉘우치는 기색도 없어 꼭 처벌받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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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막상 (안 씨가) 구속까지 되는 걸 보니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별로 기분이 안 좋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자신이 한 일을 빨리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빨리 벌을 받고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이 사건을 주제로 한 TV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쏟아낸 말에 또다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돈은 원래 만만한 사람을 이용해서 버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만만한 이들은 장애인이라고……. 너무 속상했어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이런 편견과 잘못된 인식에 맞서 싸우기 위해 미용실 주인을 고소했다고 이 씨는 강조했다.

"우리 장애인도 경찰에 신고할 줄 알고, 고소장도 쓸 줄 안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장애인들이 아는 건 다 안다, 만만하게 보지 마라, 이런 메시지를 날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TV 토론회의 한 출연자는 '자동차 기름이 떨어졌는데 주유소가 하나밖에 없으면 가격이 비싸든 싸든 무조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이면 들어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보건복지부가 미용실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기뻤다.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 비장애인도 모두 혜택을 보는 거 아니냐"고 했다.

복지부는 이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자 지난달 30일 '미용업소 가격 게시 및 사전정보 제공 지침'을 만들어 전국 시·도와 시·군·구에 보냈다.

이달 15일부터 시행되는 이 지침은 미용업소가 서비스 제공 전에 최종 지불요금 내역서를 만들어 손님에게 보이고 비용 지불에 합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씨는 앞으로 좀 더 착하고 값이 싼 미용실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미용실이 많지 않아요. 문턱이나 계단이 있거나 아니면 좁거나 대부분 그렇거든요. 문제가 된 그 미용실도 동네에서 제일 넓어서 갔던 거예요."

이 씨를 돕고 있는 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당히 권리 주장을 한 이 씨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다르지만 함께 사는 세상,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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