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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캠페인 리더들이 이제와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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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EL FARAGE
Nigel Farage, the leader of the United Kingdom Independence Party (UKIP) reacts as he leaves following the result of the EU referendum vote, in central London, Britain June 24, 2016. REUTERS/Stefan Wermuth | Stefan Wermuth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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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캠페인을 이끌었던 영국 정치인들이 핵심 약속들을 주워담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이 선거운동 내내 주장했던 핵심 공약들에 대해 '그런 뜻이 아니었다'거나 '실수였다'고 말하고 있다.

nigel farage

먼저 영국독립당(UKIP)의 당수 나이젤 파라지를 보자. 다음은 그가 24일 ITV의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사회자 : "3억5000만 파운드를 매주 EU에 보냈는데, 이제 더 이상 그 돈을 안 보내도 된다"고 하셨죠. 그럼 그 돈이 NHS(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로 갈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파라지 : 아뇨, 그렇게는 못합니다. 저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어요. 제 생각에 그건 탈퇴 진영의 실수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잠깐만요. 그건 당신의 홍보문구 중 하나였잖아요.

(파라지가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실수한 거다'라며 변명을 시도하면서 사회자와 약간의 언쟁이 오고 감)

사회자 : 지금 1700만명이 탈퇴에 표를 던졌는데, 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홍보문구 때문에 탈퇴를 찍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탈퇴 캠페인의 엄청난 프로파간다 중 하나였죠. 근데 이제와서 그게 실수였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Nigel Farage Admits NHS Claims Were A Mistake | Good Morning Britain


iain duncan smith

그 다음은 역시 탈퇴 캠페인을 이끌었던 이안 던컨 스미스(IDS) 보수당 의원의 차례다. 그는 BBC의 '앤드류 마 쇼'에 출연해 '3억5000만 파운드'라는 수치는 "추정"일 뿐이며, 자신들은 그 돈이 NHS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사회자 : 그 돈이 NHS로 간다고 당신들이 말했잖아요.

IDS : 우리가 했던 말은 뭐냐면 그 중 상당수가 NHS로 갈 것이라는 겁니다. 그건 결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죠. 그러나 저는 정부가 약속한 게 그거였다고 믿고요, 그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3억5000만 파운드가 NHS로 간다?

IDS : 그렇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 돈이 NHS로 가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농업이나 다른 분야로 가야할 것도 있으니 그 돈을 나눠야겠죠. 그 돈이 전부다 간다고는 안했지만, 약속은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민에 대한 약속도 있었으니 다른 질문을 해주시죠."

(사회자는 '그러고 싶지만 이거 먼저 좀 더 얘기를 해야겠다'며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고, IDS는 변명하는 상황이 이어짐)

IDS : 그 돈 중 얼만큼이 NHS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어쨌거나 EU로 갔던 돈이 돌아온다는 것이고, NHS 같은 곳에 우선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겁니다.

사회자 : 그럼 3억5000만 파운드가 아니니까 약속이 깨진 거 아닌가요?

IDS : 약속이 깨진 게 아닙니다. 저는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말한 건 그 알짜같은 돈을 쓸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고...


nigel evans

또다른 보수당 의원인 나이젤 에반스도 오리발을 내민 정치인 중 하나였다. 그는 BBC 라디오5에 나와서는 'EU를 탈퇴하면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자 : '탈퇴'에 투표하면 이민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 거 아니었나요?

에반스 : 글쎄요, 우리는 이민자 수를 관리할 것이라고 했고, 중요한 건 그겁니다.

사회자 : 수를 줄이는 것으로 관리한다는 거였죠?

에반스 : 아닙니다. 그건 다른 거죠. 이 부분에서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에반스가 '탈퇴 진영의 이민 공약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늘어가자 사회자가 말을 끊음)

사회자 :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해주시죠.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이민자 수가 크게 줄어듭니까?

에반스 : 글쎄요, 이건 앞으로 꾸려질 지도자들이 이민 제도를 살펴 볼 사람을 임명해서...

사회자 : 살펴본다고요? 살펴본다고요?

에반스 : 호주처럼 어떤 분야의 이민자들을 받을 건지 우리가 결정하고...


boris johnson

자, 마지막으로 탈퇴 진영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보수당)의 차례다. 그는 26일 텔레그라프에 실린 정기 기고문에서 영국은 영원히 유럽의 일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칼럼 중 일부다.

영국은 유럽의 일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술, 과학, 대학교, 환경 개선 등 수많은 분야에 있어서 유럽과의 협력은 여전히 긴밀하게 계속될 것입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유럽 시민들은 그 권리를 온전히 보호받을 것이며, 유럽에 거주하는 영국시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영국인들은 앞으로도 유럽에서 일하고, 거주하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집을 사고,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산업연맹(CBI) 같은 독일 기관인 BDI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처럼, 자유무역이나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은 계속될 것입니다. 영국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언제나 유럽의 대국으로 남을 것이며,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외교와 국방, 반(反)테러리즘, 정보공유 등의 분야에서 최고위의 의견과 리더십을 유럽에 제공할 것입니다.

boris johnson

유럽연합을 떠난 뒤에도 자유롭게 국경을 오간다? 자유무역이 계속된다? 유럽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이 보장된다?

그건 그의 '착각'일 뿐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 외교관들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며 보리스 존슨의 주장을 반박했다.

EU의 외교관들은 영국이 (EU) 규정을 따르지 않고서도 단일시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외교관은 "그건 몽상"이라며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완벽히 가지면서 그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게 그런 지위를 보장해준다면, 호주나 뉴질랜드는 왜 안 됩니까? 그건 무질서한 혼란(free-for-all)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 6월27일)

보리스 존슨이 칼럼에서 언급했던 독일의 BDI 역시 '영국과 유럽의 자유무역이 계속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금처럼 모든 게 유지된다'는 그의 말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

boris johnson

한편 보리스 존슨은 이 칼럼에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지난 가을보다 좋다"거나 "파운드화는 2013년과 2014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모든 게 정상'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쿼츠는 각종 수치를 동원해 셀 수 없는 그의 '거짓말'을 꼼꼼하게 반박하며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텔레그라프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중이다. 그래서 글을 발행하기 전에 팩트체커나 에디터가 그의 기고문을 읽어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약은 애초에 실현 가능했을까. NYT에 따르면 모두 거짓·왜곡이거나 불가능이었다. 신문은 영국의 분담금이 3억 5000만 파운드가 아니라 1억 5000만 파운드(2380억원)라고 전했다. 회원국들이 분담금 중 일부를 각종 보조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이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등 비회원국도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국경 통행의 자유를 인정하는 마당에 무역 혜택을 원하는 영국이 이민자를 막을 도리는 없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6월28일)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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