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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전문가들이 밝힌 달고 맛있는 요리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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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 SAUC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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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시대 중국에서 처음 설탕을 수입했다고 한다. 개항 전까지는 약재로 취급했고, 왕실에선 자양강장제로 썼다. 1900년대 조선의 개화론자들은 서구인처럼 설탕을 많이 먹어야 문명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갓난아기에게 주는 모유나 우유에 백설탕을 첨가할 것을 권할 정도로 설탕을 맹신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전통적으로 한국 음식에 단맛이 적다는 것을 확인한 일본 상인들이 설탕이 많이 들어간 과자, 빵 등을 파는 가게를 하루가 멀다 하고 열어 우리 입맛을 공략했다. 점차 설탕은 우리 식탁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해갔다. 1980년대에는 설탕값 인하 뉴스가 일간지 지면에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건강이 화두인 지금은 설탕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정인경 교수는 “설탕은 열량에 비해 몸에 좋은 영양소는 거의 없어, 다량으로 섭취하면 대사증후군과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식에 넣는 설탕의 양을 줄이면 맛도 달라진다. 맛도 유지하면서 설탕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건강요리 연구가들의 단맛 내는 양념을 살펴봤다.

1. 사과 퓌레 - <엘라처럼>의 저자 엘라 우드워드

엘라 우드워드는 ‘슈거 몬스터’라는 별명을 달고 살 정도로 설탕 중독자였던 영국의 요리연구가다. 2011년 기립성 빈맥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발병했지만 정제설탕, 유제품, 글루텐, 가공식품, 첨가제나 화학제품이 들어간 먹을거리를 멀리해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식재료의 단맛을 끌어냈다. 리소토나 스무디를 만들 때는 은은한 단맛의 코코넛밀크를 썼다. 재료 본연의 단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칠리소금이나 허브소금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칠리소금은 암염 20g, 흑후추 3g, 파프리카 가루 2큰술, 칠리 조각 1큰술을 그라인더에 갈아 섞으면 완성이다. 허브소금은 오븐에 구운 생로즈메리 20g, 생타임 20g, 레몬 1개의 껍질과 커민 1큰술, 암염 20g을 섞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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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우드워드가 만든 견과류버터

엘라는 아몬드버터도 ‘기분 좋은 단맛’을 선사하는 데 최고라고 칭송한다. 아몬드 2컵을 오븐에 10분간 굽고 서늘한 곳에서 식힌 다음 소금과 함께 갈아주면 끝이다. 성능 좋은 그라인더에 갈아야 제대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각종 채소나 과자류 등을 찍어 먹는 소스로 좋다.

메이플시럽, 꿀, 사과퓌레도 단맛을 내는 데 그만이라고 한다. 고구마팬케이크, 와플, 블루베리머핀, 파이, 고구마브라우니 등에 넣는 재료다. 메이플시럽을 구입할 때는 성분이 메이플시럽 100%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메이플시럽이 10%만 들어가고 첨가제나 감미료 등이 90%인 경우도 많다. 사과퓌레는 그가 가장 애용하는 양념이다.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울리면서도 단맛을 끌어내는 데 최고다. 사과를 썰어 냄비에 넣고, 사과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40분 동안 끓이고 난 다음, 걸쭉한 상태가 될 때까지 갈아주면 완성이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보관하는데 5일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2. 양파, 대추, 감초, 생강 - 요리연구가 이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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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구가 이보은이 만든 생강청

최근 <잘 차린 밥상> 등을 펴낸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깊은 단맛을 품은 천연재료가 많다고 말한다. 양파가 대표적이다. 그는 양파를 다져서 물과 1 대 1로 섞어 끓인다. “양파 특유의 아린 맛이 빠지고 단맛만 남아 훌륭한 양념이 된다”고 말한다. 차게 식혀서 얼음틀에 넣어 얼려서 보관한다. “불고기를 만들 때 설탕 대용으로 쓰는데 양파 얼음 조각 4~5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양파즙도 유용한 재료다.

대추고도 요리에 자주 쓴다. 대추고는 만들기 어렵지 않다. 대추의 씨를 빼고 과육만 물을 섞어 졸이면 된다. 이것도 얼려 보관한다. “설탕의 단맛과 비슷한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대추 향이 나서 좋은 양념”이라고 한다.

돼지고기 요리나 생선조림, 닭고기 요리에는 감초를 달인 물이 단맛을 내는 데 좋다고 한다. 그 밖에 생강조청, 쌀조청, 사과청, 오미자청, 무청 등도 추천한다. 생강청은 생강 300g, 엿기름 1㎏, 찹쌀 5컵으로 만든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찹쌀로 고두밥을 짓는다. 엿기름을 물에 불리고 치댄다. 그런 다음 베보자기에 거르고 난 다음 한 번 더 치댄다. 생강을 물과 함께 섞어 갈아 짠 물을 30분간 두면 전분이 가라앉는다. 전기밥솥에 찹쌀밥, 생강물과 엿기름 거른 물을 붓고 보온 상태로 삭힌다. 삭힌 것을 베보자기에 넣고 치댄 뒤 걸러진 물을 솥에 4시간 이상 끓이면 완성이다.

3. 집간장+감식초+쌀조청, 사과나 토마토 졸인 양념 - 자연식 전문가 문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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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전문가 문성희의 우엉잡채

서울 연희동에서 자연식 전문 식당 ‘평화가 깃든 밥상’을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문성희씨는 채소와 과일을 활용한 양념을 만든다. 사과나 토마토를 졸여서 만든 양념을 볶음요리 등에 쓴다. “아이들은 살짝 단맛을 좋아한다. 볶음밥을 만들 때 마지막에 넣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과일을 졸인 것들은 소독한 병에 담아 냉장실에 보관한다.

그는 “단맛이 강한 외식이나 인스턴트 음식만 즐기다 보면 곡물 등 본래 식재료에 가득한 단맛에 대한 기억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때론 설탕을 대신할 단맛 양념을 넣지 않고, 다른 맛의 양념으로 식재료 고유의 단맛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한다. “오래 묵힌 집간장에 감식초, 쌀조청을 조금 섞으면 풍미가 좋은, 고급 발사믹 식초 같아 매우 좋다”고 한다. 국은 채소 등을 졸여 만든 농축액을 넣어 단맛을 낸다. 가끔 생협 등에서 파는 유기농 설탕도 사용한다. 공정무역 등을 통해 들어오는 설탕으로, “쌀로 치면 현미 같은 것”이란다.

4. 누룩 - 매크로바이오틱 연구가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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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바이오틱연구가 이명희의 채소수프. 여러가지 요리에 양념으로 쓴다

“곡물이나 채소의 단맛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 장수식) 연구가 이명희씨는 독특하게 백미로 만든 누룩을 활용해 단맛 양념을 만든다. 현미밥에 백미누룩을 섞어 보온밥솥에 하루 정도 두면 마치 식혜처럼 된다. 현미식혜인 셈이다. 이것을 물과 섞어 음료처럼 마시기도 하고, 머핀 등 빵을 만들 때도 쓴다. “백미누룩에 소금을 조금 섞어 양념으로 써도 좋다”고 말한다.

국이나 전골처럼 국물이 많은 요리에는 갖은 채소를 활용해 만든 양념으로 단맛을 낸다. 잘게 썬 버섯, 셀러리, 파, 양배추, 당근 등을 차례로 큰 냄비 안에 쌓아 올리고 채소들이 살짝 잠길 정도만 물을 부어 중불로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30분 정도 약불에서 더 끓인다.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 채소 끓인 물은 파스타 같은 서양요리에도 잘 맞는다. 그는 “모든 요리에 다 어울리는 만능양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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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바이오틱연구가 이명희의 사과퓌레탄산수

사과퓌레에 탄산수를 섞으면 단맛이 강한 음료가 된다. “딸기나 앵두 등 제철 과일을 살짝 넣으면 보기도 좋다”고 한다. 당근즙에다 마른 과일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깊은 단맛이 나서 좋은 양념이 된다”고 한다. 디저트에는 메이플 시럽을 애용한다.

참고 논문 ‘근대 한국의 제당업과 설탕소비문화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