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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해공항 확장'은 정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파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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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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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을 새로 짓는 대신 김해공항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정말 '공약파기'가 문제인 걸까?

1.대선공약집에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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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정책공약집에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없다. 메인 공약집에는 물론, 시·도 공약집에도 없다.

메인 정책공약집(PDF)을 먼저 살펴보자. 당시 새누리당은 공약집 첫 머리 ‘8대 핵심 정책’ 항목에서 ‘신공항 건설’을 5번으로 집어 넣었다. 그러나 이 신공항이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공약집에서 찾을 수 있는 ‘신공항 건설’ 관련 내용은 제주도 공약(142쪽)에 등장하는 “제주공항 신설을 포함한 공항인프라 확충사업”이 전부다.

시·도 공약집(PDF)을 봐도 마찬가지다. 경북 공약에도, 부산에도 ‘신공항 건설’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구 공약(16쪽)에는 “군사공항을 순차적으로 이전시키고, 공항자리는 주민들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고 적혀있을 뿐이다. 이 역시도 신공항 건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아니다.

2. 박근혜 후보의 ‘모호한 한 마디’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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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는 얘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은 물론,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 시절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1년에 신공항 건설계획이 백지화됐을 때도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 대통령은 곧바로 다음 날 “지금 당장은 경제성이 없다지만 미래엔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신공항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덜컥 정부의 발표를 뒤집은 것이었다.

2012년 대선이 가까워 오자 박 후보는 두 가지 전략을 썼다. ‘객관적인 절차’를 거듭 강조해 지역갈등으로 논란이 번지는 걸 차단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말로 두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부추겼던 것.

경선후보 시절이던 7월, 대구를 방문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박 후보는 또 지역 최대 현안인 동남권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심을 다독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날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지역언론의 질문에 "신공항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며 "이 분야 최고 전문가와 외국의 유능한 전문가까지 다 포함해 (추진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둘러싼 지역간 갈등을 의식한 듯 "국가경쟁력을 위해 우리가 잘 살아보겠다고 세운 프로젝트가 갈등의 원인이 되고 국론분열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관계되는 주민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순응하는 방향으로 만들겠다고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12년 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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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언론들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는 근거로 삼고 있는 2012년 11월30일 부산 유세도 살펴보자.

박 후보는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앞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서 최고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다. 부산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다. 부산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 (새누리당, 2012년 11월30일)

이 문장을 쪼개서 살펴보면 이렇다.

①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서 최고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다.”
= 이건 그 자체로만 놓고보면 합리적이고 타당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② “부산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다.”
= ‘~라면’이라는 부분, 즉 전제가 중요하다. 만약 ①에서 말한 절차대로 했더니 가덕도가 결정된다면, (결과를 뒤집지 않고)당연히 가덕도로 하겠다는 것. 이건 ‘무조건 가덕도에 짓겠다’는 것과는 꽤 거리가 있다. 다만 유세 장소가 부산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겼을 것이라는 추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약속한 듯, 안한 듯?)

③ “부산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
= 의도적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겼을 것이라는 추정은 이 부분에서 ‘명백한 고의’ 쪽으로 기운다.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은 당연히 ‘가덕도 신공항’일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다만 여기에서도 ‘신공항을 가덕도에 반드시 짓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건 아니다. 그는 그저 사람들이 오해하기 딱 좋은 말을 뱉었을 뿐이다. 의도적으로, 선심쓰듯, 듣기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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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그 때도 다양한 해석상 논란을 낳았다.

우선, 부산을 지역구로 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신공항 가덕도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후보는 대구 경북 표를 포기했지만, 박 후보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표를 다 받아야 하는 특수한 입장이다. 박 후보가 조금 애매하게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겠다고 표현해도 알아서 이해해달라.”

그러나 한겨레는 이 발언을 전하며 “유세 현장에 동행한 김무성 본부장은 박 후보의 발언을 한쪽 방향으로만 재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었다는 것. 달리 말하면 한겨레도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그런 뜻(가덕도 신공항 유치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 셈이다.

부산 지역언론 ‘국제신문’도 당시 사설에서 “곰곰이 뜯어보면 부산과 대구·경북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줄타기해 온 기존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부산·경남의 민심이 흔들리자 무마용으로 내놓은 일회성 공약의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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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당시 많은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 신공항 가덕도 유치 약속’ 같은 제목으로 이날의 유세를 보도했다.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 의원들은 당연히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그러자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문가의 객관적 조사를 거쳐 최적지로 판단이 되면 (가덕도로) 간다는 것이고 부산을 예로 든 것”이라며 “오해 없길 바란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정리하자면, 그 진의가 불확실한, 그러나 오해를 조장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이었음이 거의 분명한 박 후보의 말 한 마디를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가며 무의미한 논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된다.

덧붙여, 당시 박 후보의 이 애매모호한 발언이 이 소모적인 논쟁을 여기까지 끌고 온 주범 중 하나라는 사실에는 큰 이의를 달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논란을 조장했고, 방치했으며, 끝내 '갈 데까지' 끌고갔다.

(‘공약파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 모든 논란과 갈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3. 청와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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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게 사실이었다고 간주하더라도, 이번 결정을 공약파기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앞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박 후보는 내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어쨌거나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근거는 아직 찾기 어렵다.

이번 연구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는 “세계 톱 클래스의 공항설계업체”로 꼽히는 곳이다. 스스로를 세계3대 공항설계 회사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ADPi가 신공항 입지용역과 관련해 이번 결정을 내릴 만한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적은 편이다.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용역을 담당했던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ADPi가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기 적합한 업체라는 점에는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다"면서 "세계 톱 클래스 업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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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관련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 끝에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입지 선정을 외국 전문기관에 맡긴다’는 데 합의했고, 국제입찰을 거쳐 ADPi와 한국교통연구원 컨소시엄(단독응찰)을 선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컨소시엄 형태이긴 하나 입지선정은 ADPi가 전담하고, 한국교통연구원은 자료조사와 행정처리 등 ‘보조적인 역할’을 맡았다. ADPi는 기존 연구용역 결과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제로’에서 다시 검토했다.

또 국토부는 발표 하루 전인 20일 오전에야 ADPi로부터 용역 결과를 전달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마저도 이 내용을 알고 있었던 건 장관과 차관, 담당 담당 실·국·과장, 사무관 등 6명 뿐이었으며, 청와대에 보고된 건 20일 오후였다는 보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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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평가항목과 평가원칙 등을 공개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미리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이 공개됐다면 오히려 더 큰 논란에 휩싸였을 가능성도 있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새누리당 지지층이 서로 싸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일종의 미봉책을 썼다는 의혹도 있지만, ‘청와대가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디까지나 음모론에 기댄 의혹일 뿐이다.

발표를 맡았던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가 '정치적 리스크'도 평가에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을 따지면서 고려"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갈등 봉합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반면 ‘공약파기’라며 분노를 쏟아내는 쪽에서는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둥의 이유를 댈 뿐,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는 객관적인 증거나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4. 문제는 ‘공약파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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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공약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책임한 갈등 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미 2011년에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났던 문제를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다시 끄집어냈고, 결국 대선까지 끌고가며 선거에 활용했다.

그 결과 5년 전의 논란이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지역 간 갈등은 더 심해졌고, 공항 예정지로 거론됐던 지역의 땅값은 외지인들의 투기수요가 급증하면서 크게 뛰어버렸다.

이듬해인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영남권 표심을 의식해 ‘죽은 신공항’을 살려냈다는 지적을 두 대선 후보 앞에 내놓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중략)

그 동안 영남권 신공항이 너무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영남 정치권에선 신공항 반대나 김해공항 확장을 주장하면 '변절자'나 '배신자'가 되는 분위기가 계속 됐다. 여야 유력 대권 주자군이나 다선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김해공항 확장 등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는 이유다. 자칫 잘못 말을 했다간 텃밭의 표심이 모두 날아갈 판이었다. (한국일보 6월22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실 신공항 문제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기된 것도 아니고 정치인들의 대선공약으로서 출발했던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 우리가 과거에 정치인들이 그 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 선심공약을 했다가 낭패를 본 그런 공항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 보면 울진공항에 비행기 한 대 다니지도 않거든요. 울진공항은 다 완공했다가 개점휴업상태로 지금 조종사학교에 빌려주고 있고요. 그리고 김제공항 같은 경우에는 400억을 들여서 땅을 다 매입했다가 지금 공항은 포기하고 지금 거기 배추농사 짓는 데에 땅 빌려주고 있어요.

- 공항 부지에 배추농사를 짓고 있어요?

“네. 그리고 무안공항 같은 경우에는 연간 800만 명 정도의 이용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을 했지만, 최근에 무안공항 하루 평균 이용자가 500명이에요. 이런 혈세낭비의 사례들을 우리가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그 다음에 20년, 30년 후에, 그때 가서 확장한 김해공항도 부족하게 되면 그때 가서 공항을 새로 지어도 되는 겁니다. (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6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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