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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수당 훔치는 공무원들, 어떻게 막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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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경기도 수원에서 초과근무 수당 부정 수령 관행의 민낯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거의 처음이었다.

2002년부터 5년간 부당하게 수령한 초과근무 수당 액수가 무려 333억4천700만원에 달한 것으로 경기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지자체와 교육청 등 전국 곳곳에서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 행태가 속속 드러났다.

공무원 야근수당 조작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지문 인식기가 도입되는 등의 조치가 있었고,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파문 이후 1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을 속여 야근수당을 챙기고, 공직사회의 단속은 느슨하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 음주사고 내고 집에 가는 길에 야근 체크, 손가락 본떠 대리 지문인식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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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7일 오후 9시 충북도청 직원 A씨는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혈중 알코올농도 0.154%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를 끝내고 귀가 조처된 A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도청 사무실을 찾아가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찍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와중에도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직업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징계 대기 중 이런 얌체 짓을 한 사실이 드러나 괘씸죄까지 적용돼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공무원은 그러나 작년 11월 해임된 경북의 소방공무원 2명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이들 소방공무원이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챙기기 위해 고안해낸 수법은 기상천외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자신들의 손가락 본을 부하 직원들에게 주고 야근을 한 것처럼 지문 인식기에 체크하도록 했다.

챙긴 돈은 각각 300만원대였다. 이들은 초과근무수당 전액을 환수당했고 해임됐다. 부당 수령액의 3배가 되는 징계부가금도 물어야 했다. 300만원의 '공돈'을 챙기다 평생직장을 잃었다.

제주에서는 작년 7월 초과 근무수당을 허위로 챙긴 공무원 12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들의 근무처가 아닌 다른 곳의 출·퇴근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인식, 야근 시간을 조작했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B경감은 지난해 2∼5월 사무실에 있으면서 순찰 현장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시간 외 초과근무 수당 110여만원(107시간)을 받아 챙겼다. 소속 대원 28명도 같은 방법으로 최소 3시간에서 최대 42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3∼2014년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을지훈련 기간 비상근무자 354명이 무더기로 하루 4시간씩 모두 1천438만4천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 지급했다가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직사회 투명"vs"단속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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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와 11개 시·군에서 해마다 초과근무 수당으로 지출되는 액수는 300억원대에 달한다.

2013년 336억원, 2014년 365억원, 지난해 37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수십억원씩 증가하는 추세다. 일은 많아졌는데 인원은 늘지 않으니 초과근무하는 공무원이 늘었다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초과근무 수당 지출액은 매년 늘지만 부정하게 수령하다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다. 충북도만 하더라도 2014년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한 공무원 이후에는 초과근무 수당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한 건도 없었다.

지자체들은 공직사회가 투명해지고, 공무원 청렴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공직사회가 투명해지고 깨끗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단속의 망을 피해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공무원들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적발 건수가 감소한 것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시민단체는 자치단체의 감사가 형식적이거나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시민단체의 논리가 합당해 보이는 이유가 있다.

증평군은 충북에서 공무원 수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다. 읍·면도 2곳밖에 안 되는 전국적인 초미니 지자체다. 지난 한 해 초과근무 인원은 증평이 4천29명, 단양 4천779명인데, 지급된 수당은 증평이 6억원이나 더 많은 13억원이었다.

증평 공무원들의 초과 근무 시간이 단양 공무원들보다 배 이상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평소 두 지자체 업무 처리량이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단양의 업무가 더 많다는 점에서 충북 참여연대는 납득할 수 없는 일로 본다.

초과근무 수당 편법 수령이 고질적 병폐로 남아 있는데도 지자체가 가려내지 못하는 반증으로 시민단체들은 의심하고 있다.

◇ 제식구 감싸기 단속 무용지물…"인식·구조 개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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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카드 체크기에서 지문 인식기로 교체한 지자체들은 정맥 인식기로 한 차원 높은 시스템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청사 내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를 활용, 직원들이 실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지 등을 살피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당한 초과근무수당 수령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엄중히 단속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근무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더라도 근무의 질적 수준까지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자체의 근절 의지다. 특히 서로 아는 처지에 야박하게 굴 수 없으니 적당히 넘어갈 수밖에 없는 지자체 자체 감사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급 기관의 정례적인 감사나 지방자치단체 간 교차 감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충북 참여연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라며 "초과근무 수당 편법 수령이 드러나면 초과근무를 승인해 준 상급자까지 감독 소홀 책임으로 연대 처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출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은 "초과근무가 1년 내내 일반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선진국의 경우 낮 시간대 업무 집중도를 높여 초과근무가 필요하지 않고, 재난 발생과 같은 특별한 때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일손이 부족해 초과근무를 하는 것이라면 조직 진단을 통한 인력 재조정이나 충원으로 해결해야지 초과근무를 시키고 믿지를 못해 첨단장비를 동원, 감시한다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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