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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안녕하세요'의 진짜 문제는 조작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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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조작이 아니라면 아동학대 범죄다.” 지난 6일 방송한 SBS 예능 <동상이몽>(월 밤 11시10분) 56화 ‘현대판 콩쥐팥쥐’를 본 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다섯 자매 중 넷째만 유독 따돌림을 당하고, 서울로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데 온 가족이 뜯어말린다는 사연이었다. 관찰 카메라 속 나머지 자매들의 모습이 문제였다. “얘는 화 절대 못 내”라며 면전에 대고 비웃거나 가족 외식 자리에도 부르지 않았다. 엄마는 “그동안 신경을 못 썼다”면서도 “가족이 흩어지는 게 싫어서 서울에는 못 보내겠다”고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자매끼리 더 잘 지내보자’ 얼렁뚱땅 손뼉 치며 끝났다. 전문가 패널이 없다 보니 딱히 책임지고 해결책을 제시할 사람도 없었다. 방송이 끝난 뒤 조작 논란과 더불어 “치료나 보호가 필요한데 예능으로 웃고 넘기냐”라는 식의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7월 ‘스킨십 과다 아빠’ 편에서 출연 가족이 직접 소셜미디어에 ‘만들어진 장면이 많다’고 폭로하며 제작진이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번 편에 대해 SBS 관계자는 “조작이나 과장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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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조작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가족상담 예능’의 성격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김선영 방송평론가는 “<동상이몽>은 공권력이 개입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를 개인의 일로 축소하고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주의로 봉합한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반복해서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예능이라도 재미로 소비할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것이 있다. 비하, 혐오개그를 코미디라는 이유로 무조건 용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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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안녕하세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 역시 주로 가족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가족상담 예능’이라 볼 수 있다. 2012년 방송된 ‘아내보다 처제를 더 좋아하는 남편’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연부터 최근에는 휴대폰에 중독돼 육아를 외면하는 남편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두 프로그램 다 시청률은 4~5%대다. 가족상담 예능을 보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두고는 “일종의 관음증적 호기심”(김선영 평론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나의 사례에 빗대어 해결책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남의 가족 안쪽을 들여다보며 판단, 평가를 내리고 싶은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동상이몽> 등 방송이 일반인의 사생활을 이런 대중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은 ‘상담’의 질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다.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는 “연예인 등 일반인 패널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지만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단시간에, 단정적으로 다루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동상이몽> 진행자인 유재석은 6일 방송에서 “이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프로그램의 한계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대표는 “가족 문제를 쉬쉬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문 심리상담이 필요한 분들이 방송에서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족 간 잠재된 갈등이 존속 폭행 등의 범죄로 이어질 만큼 가족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가는 현실에서 방송의 접근 태도가 한층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부터 방송 중인 가족 솔루션 다큐멘터리 <달라졌어요>(EBS)의 최남숙 책임 프로듀서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한국 사회 가족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느낀다. 가정폭력, 알코올중독 등 우리가 다루는 사례들이 결코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심각한 갈등을 다루는 만큼 방송이 나가기까지 가족당 3개월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고, 솔루션 역시 10회 이상 진행된다고 한다. 방송 뒤 가족들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도 제작진들의 필수 업무다. 최 피디는 이런 ‘진정성’을 <달라졌어요>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는다. 예능이라는 이름표가 ‘진정성’과 거리가 먼 접근에 대한 면죄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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