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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소수자들의 날...거리에 모인 ‘무지개빛'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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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니 혼자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느껴요.”

11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2016 퀴어문화축제’에 온 성소수자 대학생 한아무개(20)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를 이르는 ‘퀴어’들의 명절로 불리는 이 축제는 벌써 17회째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퀴어 아이 엠(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을 주제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린 이번 행사를 오후 7시까지 진행한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1만여명이 모여들었으며, 이번 행사에 5만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조직위 쪽은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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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노동·시민단체, 대사관, 대학, 종교기관, 연구회 등은 104개의 행사 부스를 마련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레즈비언을 위한 팟캐스트방송 ‘엘 살롱’은 지난해 축제에서 성소수자 혐오 단체들이 백조의 호수에 맞춰 춤을 춘 것에 대응해, 100명의 성소수자에게 까만 깃털을 달아주는 ‘흑조 메이크업’을 준비했다. 엘 살롱의 손진영씨는 “백조의 호수 퍼포먼스를 보고 ‘이렇게 정성들여 혐오를 표현하다니’라는 생각에 놀라면서도 웃겼다. 우리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혐오에 대응하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퀴어 페미니스트 잡지인 <펢>, <뒤로매거진> 등 성소수자 출판·방송 매체의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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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소수자 공동체가 마련한 부스에선 혐오 발언에 맞서는 캠페인이 펼쳐졌다. 이화여대 성소수자 공동체 ‘변태소녀하늘을 날다(변날)’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비하를 복사하듯 같은 방식으로 풍자하는 ‘미러링’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변날 활동가들은 교회 성가대 옷을 입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망한다”는 등의 성경 구절을 적은 팻말을 들었다. 이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성경에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듯한 몇몇 구절을 단편적으로 가려내어 비난의 근거로 삼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성경에선 돼지를 부정한 짐승으로 보아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취지의 구절도 나오는 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이를 구절 그대로 맹신하진 않는다. 변날의 퍼포먼스는 성경 구절을 근거로 동성애를 비난한다면, 돼지고기를 먹는 이들도 똑같이 비난해야 한다고 비꼬는 셈이다. 이밖에 중앙대 성소수자 공동체 레인보우 피쉬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색깔별로 도장을 찍어 무지개색으로 물고기 모양을 채우는 행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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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회들도 이번 축제에 처음으로 부스를 꾸려 참가했다. 성소수자 중심 교회인 로뎀나무그늘교회의 유동식 회장은 “제가 아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지 증오와 차별의 하나님이 아니다”라며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은 특히 상처가 많다. 교회에서도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점을 전하고 싶어서 부스를 꾸려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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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 14개 대사관에서도 부스를 차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했다. 미 대사관의 한 직원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털목도리에 같은 색깔 우산을 들고 나와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무지개색 미국 지도가 그려진 에코백, 티셔츠 등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인권·노동 단체나 기업들의 부스도 눈에 띄었다. ‘일터의 성소수자들X민주노총 여성위원’ 부스에선 설문조사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고용 차별, 일터 괴롭힘을 파악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기업으로는 영국계 천연 화장품 회사인 러쉬가 취업과 직장 내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핑크이력서’를 통해 매장직원 채용 지원서를 받았다. 이밖에 구글·아메리칸 어패럴 등의 회사도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 퍼레이드’ 행진은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된다. 행진은 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해 2개 차로로 을지로2가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광장으로 되돌아오는 2.9㎞ 코스다.

한편, 성소수자 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종교단체 등도 이날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광장 등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도 오후 5시부터 시청 인근에서 무교로를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1.5㎞를 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