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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으로 검찰 수사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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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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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본격화된 ‘형제의 난’ 이후 잇따른 악재에 시달려온 롯데가 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에 직면하면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롯데는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당시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을 소환하지 않은 채 신 총괄회장의 조카인 신동인 당시 롯데쇼핑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그친 바 있다. 이후 10여년 동안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는 없었다.

오너 일가가 검찰 조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일이 빈번한 다른 재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탈이 없었던 ‘비결’에 대해 롯데그룹 쪽에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양국의 과세당국이 롯데가 상대국으로 돈을 불법적으로 빼돌리지는 않는지 늘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준법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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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롯데홈쇼핑 임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등과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쪽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급기야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벌이면서 이런 설명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후계 다툼이 이번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동빈 회장이 중국 사업에서 입은 대규모 손실을 숨겨왔다고 주장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은 지난해부터 제기한 소송 등을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회계장부를 비롯해 수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이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등 경영권 다툼에서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검찰 쪽에 비자금 등과 관련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 쪽 인사는 “검찰과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면서도 “그동안 롯데 쪽에 회계장부 등 자료요청을 할 때 우리가 일방적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게 명명백백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게 아니더라도 ‘형제의 난’이 검찰 수사에 도움을 줬을 수 있다. 그동안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가 베일에 쌓여 있었는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낱낱이 드러났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검찰이 이를 계기로 비어있던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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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 외에도 검찰에 협조할 만한 동기를 가진 인물은 많다. 신영자 이사장은 남동생들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다 최종적으로 신동빈 회장 편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의 불똥이 튀어 검찰의 칼끝이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향하는 상황에서 롯데는 ‘신 이사장 개인의 일’이라며 선을 긋는 태도를 취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면서 내친 전직 임원들도 수십명에 달한다.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 롯데는 어지간해선 사람을 자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신동빈 체제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앞으로 검찰이 어디까지 밝혀낼지와 관계없이 당장 신동빈 회장이 추진 중인 호텔롯데 상장은 또다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모자금으로 면세사업 확대 등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애초 이달 말로 계획했던 상장이 이달 초 신영자 이사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때문에 7월로 한 차례 미뤄졌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또다시 증권신고서 정정 요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7월 상장도 물건너갔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은 불가능하다. 상장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