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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박 대통령의 외교를 '건강페이'에 비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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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Charles Platiau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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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문에 종종 '과로'에 시달린다. 사실 꽤 자주 있는 일이다.

2014년 3월 : 유럽 순방(5박7일) 도중 감기몸살. 네덜란드 국왕 주최 만찬 불참.
2015년 4월 : 중남미 순방(9박12일) 직후 위경련과 인두염 등의 증상. 귀국 후 약 일주일간 휴식.
2015년 11월 : 아시아 순방(7박10일) 이후 감기와 피로누적.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불참.


최근 아프리카 순방 직후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길고 빡빡한 일정을 링거로 버티면서 고군분투했다"며 귀국 후 휴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7일부터 '휴식'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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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과로'를 언급할 때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투혼'을 발휘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렇다면 왜 박 대통령은 그렇게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 걸까?

지난해 11월, 조선일보가 인용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꼼꼼한 성격' 등을 그 이유로 들었던 적이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대통령이 된 이후 건강 악화의 상당 부분은 '너무 꼼꼼한 성격'에 기인한다"고 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순방 때 10분짜리 행사나 100분짜리 행사나 똑같은 강도로 준비한다"면서 "현지에서도 보고서를 읽느라 대통령의 수면 시간은 기껏해야 3시간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중략)

청와대 관계자는 "상당수를 심야나 새벽 시간에 귀국했고 대통령은 시차와 피로 때문에도 힘들어했다"며 "여유를 주기 위해 체류일을 늘릴 필요가 있을 때도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을 왜 낭비하느냐'고 할까 봐 아무도 그렇게 못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5년 1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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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일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최문선 기자가 쓴 이 칼럼에 따르면, 꼭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3월, 청와대 외교라인 관계자가 내린 ‘외교의 정의’를 잊지 못한다. 여러 기자들 앞에서 그는 말했다. “고객이 만족하면 성공한 외교다. 정상 외교의 고객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만족하셨으니 이번 순방도 성공이다.

(중략)

대통령을 바쁘고 정신 없게 만들어야 우리가 일 좀 한다고 흡족해 하시니까…” 정부 인사는 얼마 전 ‘대통령이 아픈 것으로 끝나는 순방이 과연 정상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정을 짜면서 우리끼리 ‘대통령을 돌린다’는 말을 쓴다”고도 했다. (한국일보 칼럼, 6월10일)


최 기자는 "요즘 청년들의 노동이 '열정페이'라면, 박 대통령의 외교는 '건강 페이'라 부를 만하다"고 적었다. 대통령이 '링거투혼'을 발휘하며 이렇게까지 국가를 위해 고생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감동하고 지지해 줘야 마땅하다는 스토리라인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물론 그런 스토리가 '먹히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순방 외교에 문화, 역사,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역할을 할 충분한 공간이 있을 리 없다"는 지적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정상회담-비즈니스 포럼-동포 간담회-한국전 참전비 헌화-K팝 또는 태권도 공연’이라는 패키지 일정이 박 대통령이 다닌 나라마다 기계적으로 반복된 이유다. 방문국 국기 색상의 의상을 입고 나와 방문국의 위인이 남긴 말을 현지어로 읊는 것은 박 대통령은 순방 공식이 됐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의 외교적 상상력이 고작 이 정도다. (한국일보 칼럼, 6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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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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