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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당신의 글을 삭제한 이유는 당신의 생각과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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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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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100만 명이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오직 한국에서 하루에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람의 숫자가 그렇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또는 지인의 근황을 듣고,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생일과 돌잔치 소식을 접한다.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단다. 첨예한 사안의 경우, 싸우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좀 크게 싸운다. 작년부터 '메갈리아'의 부상과 폐쇄(사용정지 혹은 삭제)와 함께 벌어지고 있는 페이스북 내 여성혐오 관련 논쟁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한 여러 촉매들로 인해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와 글이 (삭제를 비롯한) 제재를 받았다. 이상한 것은 이러한 제재를 받는 글 또는 페이지의 상당수가 반(反)여성혐오에 관련됐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 관련 콘텐츠가 페이스북에서 보다 차별적으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관련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제재를 경험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페이스북의 제재 조치가 여성/소수자 혐오 콘텐츠에는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비하하려는 목적의 페이지와 발언 등엔 묵묵부답으로 방관하는 것이 페이스북 코리아의 유구한 전통 아니었던가요? ‘김치녀’ 페이지와 성소수자 혐오 페이지에서 수행되는 혐오 발언에 대한 신고에는 극도로 둔감했던 페이스북 코리아가 아니었던가요? (이예찬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5월 20일)

지난 5월 30일에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여성혐오 문제에 대해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가 '삭제(정확히는 비공개 처리였다)'되었다는 글이 타 관련 페이지에 게시되면서 페이스북의 콘텐츠 관리 정책의 모호함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래서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페이스북 코리아에 직접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 정책에 대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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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코리아는 관계없다고요?

한국어 콘텐츠는 페이스북 코리아가 관리한다는 게 한국 사용자들의 가장 큰 오해라고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해명한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광고 운영과 홍보의 업무만 담당하고 있으며, 콘텐츠는 국적과 언어를 불문하고 본사의 콘텐츠 정책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를 통틀어 페이스북의 직원은 1만3000명 가량이다. 전세계의 페이스북 사용자수(월간 사용자수)가 16억5000만 명임을 감안할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사람이 적다 보니 (관련 업무) 처리 속도도 더디고, 오해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이에 대해) 소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직원이 직접 개입, 판단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관리하는 부분을 최대화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기본 정책이다. "특별한 행태, 예를 들어 동일한 게시물을 여러 번 올린다든지 특정 URL(주소)로 가는 링크가 많다든지 하는 경우에 대한 시스템적인 분석이 들어가고, 신고가 들어온 경우에는 콘텐츠 리뷰어가 리뷰를 한다."

신고의 경우도 처리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페이스북 측은 절차의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의 보도를 살펴보면 개략적으로나마 이에 대해 알 수 있다.

좌절감을 줄 정도로 주관적인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자업무팀에서는 한 가지 경험적 원리를 개발했다: 당신이 페이스북에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하면 페이스북은 당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윌너(페이스북 콘텐츠 정책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의 콘텐츠가 당신에 대한 것이고 당신이 유명인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게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려들지 않는다. 그냥 (문제의 콘텐츠를) 바로 내린다."

다른 모든 신고는 '제3자의 신고'로 분류되는데 이는 팀에서 이를 중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뜻한다. (중략) 설리번(담당자)은 접수된 신고 사항들을 분류하고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중략)

설리번은 놀라운 속도로 신고 사항들을 처리했다. 어떤 글과 사진이 내려져야 하는지 또는 여타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거의 아무런 머뭇거림이 없었다. 나는 특히 까다로운 신고 사항에 대해서 혹시 10분 정도라도 쓴 적이 있느냐고 묻자 윌너는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는 0.5초 정도를 목표로 최적화합니다. 결정을 내리는 데 평균적으로 1~2초 정도 걸리니까 30초는 정말 긴 시간이 되겠죠." (애틀랜틱 2013년 3월)

이 보도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한정된 인원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최우선으로 삼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에 페이스북 트렌딩팀의 전직 큐레이터가 가디언에 익명으로 기고한 글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 팀은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했고... 한 큐레이터의 실적이 다른 큐레이터보다 낮을 경우 관리자로부터 그의 숫자를 다른 큐레이터의 숫자와 비교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중략) 끊임없이 이런 저런 숫자들을 우리 목구멍에 밀어넣었고 우리는 점심에 휴식도 취할 수 없었다. 큐레이터가 언제 그리고 얼마나 늦었는지를 체크하고 기록하는 추적기(tracker)가 있었다. (가디언 5월 17일)

페이스북 코리아는 콘텐츠 삭제 등의 제재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본사의 콘텐츠 정책팀이 전담한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본사의 콘텐츠 정책팀에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신고에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페이스북 코리아는 본사 팀에 한국어 리뷰어가 있다고 답했다.

그럼 과연 한국어 리뷰어는 몇 명이나 있을까? "콘텐츠 정책에 관련된 수치는 아무것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게 페이스북 코리아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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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삭제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이유와 다를 수 있다

서두에 이미 꺼냈던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하루에 11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한국 사용자 중 0.1%만 신고를 해도 1만 건의 신고가 들어오는 셈이다. 페이스북의 한국어 리뷰어의 수는 알 수 없지만 페이스북 전체 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보면 태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인용한 애틀랜틱 기사의 내용과 연결지어보면, 너무 적은 인원이 빠르게 신고 사항을 처리하다 보니 일부 사용자들 입장에서 불공평한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삭제 이유와 실제 삭제 이유가 다른 경우가 많다고 반박한다. "작년부터 메갈리아 등등으로 이슈가 많았다. (불만 제기 사항들을) 지켜본 결과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것(삭제 이유)와 실제 삭제 이유가 다른 것이 많았다. 그게 절반 정도 된다."

"(편파적인) 사람들의 다수 신고로 삭제됐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실명을 쓰지 않아 내려갔다든지... (게시물에) 외부 사이트 링크가 있는데 그 사이트에 말웨어가 들어있거나 규정에 맞지 않는 광고가 들어있다는 이유 등으로 막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글이) 밉보여서 내려갔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비속어의 사용으로 삭제되는 경우도 많다. 내용이 괜찮으니 비속어가 들어가도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성기를 지칭하는 표현 같은 것은 단 한 글자만 들어있어도 100% 내려간다."

그러나 개중에는 실제로 운영진의 실수로 내려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빨리 진행하다 보니까 리뷰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등록된 사용자의 메일 주소로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문을 보내며 (해당 콘텐츠를) 복구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실수도 있었다. "세월호 사진 릴레이가 있었는데 수백 개의 관련 게시물이 한꺼번에 내려간 일이 있었다. 어떤 일인지 알아보니까 사진 릴레이를 하면서 서명을 받았는데 해당 문서의 URL의 축약형(http://goo.gl/aAaa1234와 같은)이 다른 스팸 URL과 두어 글자만 차이나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이걸 스팸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나고서 겨우 복구시켰다."


페이스북이 문제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제재하는 방법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의 삭제 조치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확인해본 결과 해당 페이지는 페이스북 측에서 삭제를 한 것이 아니라 페이지 관리자가 직접 '비공개' 처리를 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자유발언대' 페이지 관리자에게 페이스북 코리아의 답변을 전했다. 관리자 또한 그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사실상 자신의 비공개 조치는 페이스북에게 강요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페이지를 유지하려면 (페이스북) 정책에 어긋나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페이지 자체가 삭제될 수 있으니 검토하는 동안 페이지를 비공개 상태로 전환하라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정확히 페이지 콘텐츠의 어떤 부분이 정책에 어긋나는지 알려주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Facebook 커뮤니티 표준을 읽고 정책에 어긋나는 부분은 (해당 페이지)에서 삭제하세요"라는 매우 모호한 공지만 온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관리자가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페이지가 아예 삭제돼 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관리자는 열에 아홉 페이지를 비공개로 전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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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코리아도 이러한 문제를 인정한다. "고지가 너무 두루뭉술하게 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짜증날 수가 있다. 그런데 (고지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하려면 우리 입장에서는 품이 더 많이 들어 너무 복잡해진다. (현재 상황에서는) 템플릿으로 만들어서 이렇게 고지하는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비록 콘텐츠 관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본사의 제재 조치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본사가) 글로벌로 하나의 콘텐츠 정책을 갖고 있다. 국가별이나 언어별이 아닌...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로컬라이징이 안 되기 때문에... 페이스북 코리아에서도 계속 (본사에) 얘기를 한다.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고 관련 기사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속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등등... 이런 부분들을 계속 어필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개선이 많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 속도가) 더뎌서 죄송할 따름이다."


공론장에는 그에 걸맞는 질서가 필요하다

정리해보자. 페이스북은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신고 사항들을 처리한다. 페이스북 콘텐츠 정책팀에 관한 과거 보도 내용과 전직 노동자의 기고문에서 엿볼 수 있는 사내 문화 등에 비추어 볼 때, 신고 사항의 상당수가 충분한 숙고 없이 처리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신고 사항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신고 접수 숫자 등의 양적인 측면을 우선하여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페이스북은 신고 사항에 대해 직접 판단하는 대신 '음... 당신 페이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페이지를 (삭제당하지 않고) 유지하고 싶으면 검토를 해봐. 뭐가 문제인지는 안알랴줌. 근데 그동안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어. 어떻게 할래?' 라는 식으로 페이지 관리자에게 판단을 떠넘기기도 한다. 관리자는 자연스레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하나의 '공론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규모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콘텐츠 관리가 아직까지 그 규모와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이스북 코리아도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좀 더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