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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세비반납'을 결정했다. 이견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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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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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이 '세비 반납'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의견이 반영된 것.

국민의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어 '세비 반납' 건을 의결했다고 이용호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것.

원구성은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여야는 국회의장 선출 방법과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국회가 제때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은 원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세비 반납'을 처음 거론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혐오 프레임에 편승한 것'이라며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게 전형적인 반(反)정치 논리"라고 말했고,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무노동 무임금' 프레임은 옳지 않다. 원구성을 위해 협상도 하고 민생TF도 일하고, 법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우 원내대표가 자신의 발언이 안철수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면서 두 야당의 '충돌'은 일단 수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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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비반납'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이견은 여전하다.

당론 채택 과정에서 국민의당 내에서도 세비 반납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주승용 의원은 "국회가 앞으로 하다보면 협상 때문에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앞으로 무노동 무임금을 계속 적용해야 하는가"라고 말했고, 채이배 의원도 "우리가 공부도 하고 회의도 하고 몇가지를 준비하는 상태에서 무노동 무임금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무노동 무임금은 개원 협상에만 적용되고 이후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두 당에 대해 원 구성 압박용이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한 번만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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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7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세비 반납이라든지 이런 것은 상당히 저는 포퓰리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저는 국회의원이 원 구성을 안 한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회활동이라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일하는 것이 상임위 활동만이 아니라고 보거든요. 저만 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인데 지역 주민들 애로사항 청취하고 지역구 현장 방문하고, 또 업무들 파악하고요. 할 일이 정말 태산 같이 많습니다. 그리고 입법 활동이라는 것도 꼭 상임위 관련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입법활동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하고 있고요.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거기에 대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저희가 세비를 받고 있는데 세비 아깝지 않게 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6월7일)

실제로 6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여당과 야당의 20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은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세월호특별법을 준비하는 의원도 있고, 포럼을 결성해 연구에 매진하는 의원도 있다. 정부부처에 자료를 요청해 법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거나 입법 관련 현장을 방문하면서 활동을 준비하는 의원도 있다.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정식으로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놀고 있다'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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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회의원 세비는 '특권 내려놓기'나 '정치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오는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안철수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에도 '세비반납'을 주장했으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역시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을 당론으로 채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세비 삭감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도록 지원하고 감시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일보 김영화 정치부 차장은 지난달 초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팩트체크를 시도하며 "문제는 국회의 무능과 부도덕함을 과도하게 부풀리면 더 큰 정치 혐오를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올해 초 칼럼에서 "국회의 부정과 무능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이렇게 적었다.

(...) 나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다고 말하는 것이 비굴하게 느껴진다. 마치 훌륭한 입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대신 월급도 올리지 않고 연금도 줄일 테니 이해해 달라는 유권자와의 알량한 연봉협상인 것만 같다. 그러나 왜 좋은 입법을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전문성을 위해서는 보좌진이 필요하며,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의원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왜 특권과 자원을 이용해 좋은 입법과 의정으로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나는 무보수의 도덕군자가 나를 대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칼럼, 1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