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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숙희' 김태리가 1500대1을 뚫은 이유(인터뷰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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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봉한 영화 <아가씨>는 소녀 숙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하녀가 되기 위해 숙희는 경상도에서 갓 상경했다. 관객은 숙희가 되어, 히데코가 살고 있는 대저택 정문에 들어선다. 운전수가 “아직도 가려면 한참 남았다” 말하는 집, 영국식과 일본식 반반으로 지어진 웅장하면서도 생경한 집과 맞닥뜨린다. 관객의 눈이 된 숙희 역 김태리의 얼굴은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발랄하지만 슬픈 눈을 하고 있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김태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숙희가 극 중에서 하녀로 뽑히는 것과 김태리의 캐스팅은 닮은 구석이 있다. 하녀 역에 새로운 얼굴을 원한 박찬욱 감독은 대대적인 오디션을 실시했다. 김태리는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숙희로 낙점되었다.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감독님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청각장애인 역을 한 독립영화 <문영>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인 김태리를 박 감독이 뽑은 이유를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들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침착하고 차분한 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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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백작이 숙희를 하녀로 뽑은 이유를 김태리는 이렇게 말한다. “둔하고 어리숙해서죠. 끝단이는 자원하지만 약삭빠른 친구니까 안 되었고, 숙희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순박해요. 사기꾼 소매치기에게 이런 말 붙이긴 그렇지만, 숙희는 ‘정직한’ 사기꾼이죠. 정의감도 있고 하는 일에 대한 죄책감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백작이 눈여겨본 걸 거예요.” 영화에서 아가씨는 밤중 방 안에서 지켜보는 구멍을 통해 숙희를 보고는 말한다. “잘 뽑아 보내주었네.”

김태리는 오디션장에서 배우 김민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히데코 역에 누가 될지 모르고서. “민희 언니는 힘들이지 않고 보여주는 것 같아요. 코미디의 호흡을 가지고 있는 인물도, 언니한테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인물인데도,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요.” 여성의 사랑이 중요한 영화인 만큼 히데코와 숙희는 잘 어울려야 했다.

“어느 시대에나 엘지비티(LGBT·성소수자)는 있었을 테고, 숙희는 그런 걸 들어본 적 없어도 사랑이라는 것에 끌렸을 거예요. 저도 시나리오 읽으면서 감정만 따라갔어요.” 가짜에게 반한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숙희는 백작을 원망하죠. 다른 사람을 사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장면을 통해 숙희의 마음은 다 드러났다고 봐요.” 이들의 사랑은 뜻하지 않았기에 비밀로 지켜진다. 이 비밀스런 사랑은 극 전체의 비밀을 잠그는 역할을 한다.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문소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한 현장은 김태리에게 즐거운 교실이었다. “조진웅 선배는 카리스마가 대단했어요. 하정우 선배는 스위치가 있는 것 같아요. 촬영 들어가면 자기 할 일을 하고, 촬영이 끝나면 분위기 메이커가 돼요. 스태프들 하나하나에게도 별명을 짓고 멀리서 부르곤 했어요.” 하정우가 태리에게 지어준 별명은? 그 순간을 김태리는 하정우 말투를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일본에 가서 지어준 별명인데… 태리태리 태리야키.”

늦게 연기를 시작했다. 인천여고의 얼짱이었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란다. “저는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대학교 2학년 연극 동아리에 들었다가 박수 소리에 이끌려 4학년 때 극단에 들어갔다. “연극은 사람 중심인데 영화는 이야기 중심이더라고요.” 김태리가 하고 싶은 건 사람과 이야기 둘 다다. “사람이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에피소드 중에 한 사람인 것도 좋고, 그냥 이야기에 스며들 수 있는 역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