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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심각한 편견 3가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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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남자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그러졌다. 당시 대한조현병학회는 “조현병에 관한 편견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며 드라마 제작진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은 ‘강남역 살인사건’ 재발을 막겠다며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들을 지금보다 더 쉽게 강제입원(행정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보건법 전문 개정안)을 보면, 경찰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전문의에게 입원 필요성을 판단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강제입원을 요청하도록 했습니다. 기존 정신보건법에 명시된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강제입원 요건이 매우 허술하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절차를 구체화한 것입니다. 한국정신장애연대 등은 강제입원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독소 조항이 있다며 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기도 했었지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법대 교수인 엘린 삭스는 조현병 환자로, 조현병 증상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자서전을 출간하는 등 정신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가 2012년 6월에 했던 테드 강연을 보면 조현병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경찰이 곧바로 강제입원 요청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합니다.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켜 환자들이 치료를 회피하는 결과를 낳아 결국 사고나 사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3명꼴로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마음의 병’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신장애는 흔한 병이라는 것이지요. 정신장애 가운데서도 특히 조현병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조현병에 대한 세 가지 편견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조현병(調絃病)은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

조현병이란, 거문고 소리가 잘 나려면 줄을 적당히 조율해야 하듯 사람의 신경계나 정신 조율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병을 의미합니다. 망상(실제 현실이 아닌 잘못된 믿음), 환각(실제 존재하지 않는 자극을 느끼는 것으로 환청이 가장 흔함),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인관계 회피,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돼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조현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1908년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파울 오이겐 블로일러가 처음 조현병(schizophrenia)이란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조발성 치매라고 불리던 병이 실제로는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심각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schizo’(분리)와 ‘phrenia(마음)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새 병명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용어는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정신분열병으로 번역됐고, 한자문화권에서 조현병은 오랫동안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렸습니다. 정신분열병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마음이 찢어지고 갈라진 병입니다. 이러한 용어는 병의 실체와 상관없이 ‘인격이나 정신이 분열된 무서운 병’이라는 인상을 주어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키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2011년 조현병으로 공식 병명이 바뀌었습니다. 일본이나 홍콩에서도 정신분열병은 각각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 사각실조(思覺失調)로 호칭이 변경됐습니다.

아직 조현병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유전과 함께 생물학적·환경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되나, 쌍둥이 연구 등에서 유전 요인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이 나타났습니다. 서로 배려하기보다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지역·인종 특성과 관계없이 전체 인구의 1%가량이 조현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00명 가운데 1명이 걸리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란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약 50만명의 조현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발병률은 남녀가 비슷합니다. 남성은 15~25살 여성은 25~35살 사이에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진료비 지급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만4000명이었습니다.

2. 조현병 환자들은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정신장애를 앓는 경우, 쉽게 흥분해 폭력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신정 공주치료감호소 임상심리전문가는 지난해 5월21일 열린 분노·충동 범죄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범죄행동분석 학술세미나에서 이러한 생각이 편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를 보면, 신 전문가는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는 일반인 범죄율은 1.2%,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0.08%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검찰청에서도 일반인 범죄율은 2.5%,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1.8%로 본다.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분노 감정과 정신질환자들이 겪는 분노 감정이 특별히 다르다는 연구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범죄 가운데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들이 저지른 범죄 비중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지난해 경찰청이 발간한 범죄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범죄는 171만2435건입니다. 이 가운데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가 있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6256건으로 전체 범죄 가운데 0.36%였습니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2만5065건 일어났는데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654건(2.6%)이었습니다.

2015년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논문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위험성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여러 선행 연구 결과들은 조현병 환자들 가운데 심각한 폭력성을 나타내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성을 둘러싼 편견은, 희생양을 원하는 군중심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지난해 최준호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펴낸 논문 ‘조현병 환자에서 폭력성의 관련요인’을 보면, 2001년 영국 런던대 정신건강의학과는 전체 폭력범죄 가운데 조현병 관련 범죄는 10% 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선 조현병 관련 폭력범죄가 전체 범죄의 3% 라고 예상한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조현병 관련 개별 연구들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보이는 폭력성이 병과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니라 약물중독 같은 물질장애의 영향이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범죄 이력, 충동조절 장애, 치료 거부 등도 조현병 환자의 폭력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 일부(전체 환자의 10% 이하)는 상태가 악화했을 때 자신과 가까운 가족이나 동료가 자신을 학대한다고 생각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럴 위험이 있는데,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환자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 시스템, 환자들을 격리하기보다는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sam mendes

2014년 <한겨레21>과 희망제작소가 마련한 휴먼라이브러리(사람책) 행사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여성이 사람책으로 참여했다. 그는 당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마음에 안정을 주고 관심을 가져주세요.”

3. 조현병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지능이나 인격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 아니므로 초기 상담 및 약물치료를 잘 받고 이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초기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치료를 중단해 재발할 경우 그만큼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초기 치료를 통한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대개 활동이 왕성한 젊은 시절에 여러 증상을 겪기 때문에 좌절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뷰티풀마인드>(2001)의 실제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시는 30대 초반이었던 1959년부터 조현병을 앓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면서 병세가 호전됐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의 다니엘 피셔는 조현병으로 수차례 입원을 했지만, 병에서 회복해 조현병 환자들의 권익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법대 교수인 엘린 삭스는 만성 조현병 환자로, 병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 적은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정신장애 환자를 병원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정신장애 환자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회원국 가운데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정신과 병상 수가 늘어난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한국에서 정신장애로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은 116일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27.5일보다 4배 이상 길었습니다.

2014년 김춘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3년 스스로 입원을 선택한 환자는 전체 입원환자 가운데 29%에 불과했습니다. 오이시디는 “한국의 경우 정신건강 서비스가 주로 시설에 집중돼 있고 지역사회에 남아있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정신건강 서비스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처져 있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낙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