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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최초로 언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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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Barack Obama attends the White House Correspondents Association's annual dinner in Washington, U.S., April 30, 2016. REUTERS/Yuri Gripas | Yuri Gripas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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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27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직접 언급한 것은 외교적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게 들여다볼 대목이다.

희생자를 열거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포함된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막후에서 외교적 교섭을 거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헌화한 뒤 행한 약 17분간의 연설에서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 명의 한국인, 십여 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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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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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피해 희생자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처럼 일본과 미국인 희생자를 거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특정하게 거론한 것은 그만큼 한국인 피해자가 컸던 사실을 미국 정부가 분명히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원폭피해자 문제 논의에 있어 나름대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백악관 측이 당초 연설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모든 무고한 희생자들'(all innocent)이라는 표현이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주변국 가운데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과 대만인 등도 적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인만을 `특정'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내에 있는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언론에서 한국인 희생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이어 정부도 대미 외교채널을 통해 나름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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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하게 희생된 한국인 희생자 숫자가 일본인 다음으로 많았던데다가,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의 기류가 민감하게 흘러가면서 뒤늦게나마 백악관도 한국인 희생자 문제를 거론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안을 자칫 소홀히 다룰 경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인들의 정서를 또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에 대한 아베 신조 정권의 태도에 강하게 비판해온 한국인들이 이번에는 미국이 과거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불만을 공개 표출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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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대(對) 중국 견제구도를 만들기 위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가 예기치 않게 와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종 결정권을 쥔 오바마 대통령은 나름대로 고민을 거친 이후에 한국인 희생자를 언급하는 선에서 성의를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장소인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를 찾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연설 이후 '짧은 투어'가 예고돼 있던 데다가 동선이 복잡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과 위령비가 갖는 상징성 등을 감안해볼 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