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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반기문의 모든 말과 행동을 '대선출마'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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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 KI MOON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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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의 이슈메이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5박6일간의 국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반 총장은 연일 ‘대선 출마설’에 불을 지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언론들은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을 ‘대권행보’와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자신의 신조로 언급한 데 대해)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부각된 상황에서 '물처럼 유연한' 자신의 리더십을 은연중 부각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5월26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외교 소식통은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차별화한 대북 정책을 선보이면서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핵심은 방북 카드”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5월27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방문 일정 중 지역 명사들과의 오찬 장소로 ‘충효당’을 선정한 데 대해)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선 서애 선생과 대비시킴으로써 자신을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중론이다. (연합뉴스 5월24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방문에서 기념식수 나무로 ‘주목(朱木)’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주목은 수명이 길고 보존이 잘 된다고 알려져 '천년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수종 선정이 반 총장의 대권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5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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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해석이 과잉된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실 불을 지핀 건 반기문 총장 자신이다.

한국경제 이심기 뉴욕 특파원에 따르면 한국 방문 불과 1주일 전인 18일, 반 총장은 뉴욕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이날 반 총장은 “사무총장 임기가 아직 7개월 남아있다”, “여러 가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무총장으로서 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방문에 대해서도 “UN의 목적에 의한 것으로 정치인을 만날 계획이 없다”, “가족과 만나 조용히 있다고 오겠다”며 대권행보라는 시각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국경제 5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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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5일 한국에 도착한 반 총장은 정반대의 행보를 선보였다. 비교적 분명하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나온 이런 발언들을 살펴보자.

(대선 출마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국 사회 발전에 지혜를 보태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근데 사실 너무 국가가 분열돼 있다.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고 이런 모습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 누군가 대통합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통합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내가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일도 없다. (...) 내가 그런 말 안 했는데 자생적으로 이런 얘기 나오는 데 대해 나 자신은 개인적으로 '내가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걸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아직 생각 안 했고, 가족 간에도 이야기들이 좀 다르고, 그래서 내가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아무튼, 그런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 내년 1월 1일에 오면 저는 이제는 한국사람이 되니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께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대선 후보로는 나이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 대통령 (후보) 나온 사람들을 보면 민주당은 전부 70세, 76세 이렇다. 나는 10년 동안 마라톤을 100m 뛰듯이 했는데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 (...) 체력 같은 건 요즘은 별문제가 안 된다.”

(중앙일보가 ‘반기문 번역기’를 돌린 결과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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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반 총장은 ‘확대해석’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치밀하게 계산된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동아일보 정치부 조숭호 기자는 “‘한국서 어떤 일 할지 임기 후 결심’, ‘반기문, 대선 출마 시사’라는 대부분 언론의 1면 제목은 반 총장 발언을 억지로 꿰맞춘 게 아니다”라며 이렇게 적었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 마지막 고국 방문에서 ‘대선 출마 선언’ 얘기만 빼고 주목받는 대권 예비주자로 할 얘기는 거의 다 했다고 봐야 한다. 과잉 해석 언급은 오히려 고도의 언론 플레이처럼 느껴져 불쾌하다. 반 총장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지만 반 총장 측근들은 ‘반 총장 대선 출마 시사’라는 도하 신문의 1면 기사를 보고 내심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동아일보 5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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