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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물결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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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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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에서 시작된 추모 행렬은 대전·대구·부산 등 곳곳으로 퍼져 형형색색의 포스트잇(메모지) 추모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뛰어넘은 21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선 무더위 속에서도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10번 출구 한쪽 벽을 빼곡하게 메운 추모 쪽지 위에는 다시 겹겹이 쪽지가 붙여져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 쪽지가 붙기 시작한 지 4일째.

쪽지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주로 여성이 강력범죄에 노출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박현정(26·여)씨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이 번화가인 강남역 주변에서 술을 마시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화장실에서 죽어갔다는 점에서 정말 충격이었다"면서 "이런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들렀다"고 말했다.

강남역에서는 이날 오후 5시께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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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역 3번 출구 벽면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추모 포스트잇으로 뒤덮였다. 피해 여성의 넋을 기리는 국화꽃 다발도 눈에 띄었다.

대전지역 대학생들이 지난 19일부터 붙이기 시작한 메모지는 이날 현재 500장이 넘었다.

시민들은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글을 벽 앞에 마련된 메모지에 써서 벽에 붙였다.

한 시민은 '5월 17일 새벽 1시 저는 우연히 강남에 있지 않아 살아남은 겁니다'라고 적으며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비난했다.

대학생 서모(22·여)씨는 "이번 사건은 '묻지 마' 살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인 여성 혐오 살인"이라면서 "대전에서도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20대 여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사건을 접한 뒤로 대낮에도 남자만 있는 엘리베이터는 타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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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출구에도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수백장 붙었다.

중앙로역에 추모 공간이 마련된 것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처음이다.

영남대 등 지역 대학에도 추모 게시판이 등장하는 등 추모 분위기는 확산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주디스태화택화점 인근 하트 모양의 조형물에 추모 쪽지가 꾸준히 붙여졌다.

쪽지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내용과 함께 '우리가 당신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나라가 부끄럽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만들게요' 등의 글이 적혔다.

지나다가 조형물에 붙어 있는 추모 쪽지를 발견한 사람들은 간단한 추모 메시지를 써 붙였고, 짧게 묵념을 하며 고인을 애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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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경기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도 포스트잇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경기대 여성주의모임은 "대부분 여성은 언제나 작고 큰 위협에 처해있다"며 "당신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이다. 마냥 슬퍼하기보다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게시글에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 촉발된 애도 움직임은 오프라인으로 퍼져 강남역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온라인에서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됐지만 이같이 집단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추모 운동이 이처럼 공감을 얻는 것은 허술한 사회 안전 시스템 때문에,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모 열기에 대해 "여성이 사회 전반을 성차별적으로 느끼고 본다는 징후"라며 "최근 남녀 대립에서 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불안을 통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표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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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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