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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냐'는 말에 대한 이석원의 완벽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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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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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는 지금, 일부 남성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이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 정신병 때문이다! 우발적인 일이다!"

"왜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냐! 남녀 성 대결로 몰아가지 말라!"




틀렸다.

그 이유가 여기에 사려깊게 정리되어 있다. 가수 언니네이발관의 리더이자 작가인 이석원씨가 20일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그의 동의를 구해 전문을 아래에 소개한다.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어제 어느 독자분께서 이번에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요청해 오셨습니다.

2. 그 분은 이 일이 여러 사람에 의해 공론화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저도 발언할 것을 요구하신 바, 안 그래도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할 작정이었던 만큼 그 요청을 빌어 저의 생각을 밝힙니다.

3. 저는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여성에 대해 수 많은 크고 작은 허물을 저지르며 살아왔지만, 이제라도 학습과 반성이라는 것이 가능한 보다 성숙된 인격체로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4. 그런 제가 보았을 때 이 일은 한 개인이 그저 우발적으로 저지른 묻지마 살인 사건에 그치는 일은 아닙니다.

5. 하루에도 수 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왜 유독 이 일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게다가 그는 정신 병력이 있는 피해 망상증 환자라고도 하던데, 미친 사람이 미쳐서 저지른 우발적 사건에 왜 이렇게 세상이 흥분하는 걸까요.

6. 저는 그것이 피의자가 범행후 진술한 '여자가 나를 무시해서' 라는 발언에 있고 그 발언으로 인해 이 사건과 그의 행위는 한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 맥락을 갖게 되었다고 봅니다.

7.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아니 늘 있어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가 이런 참극을 불러온 원인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8. 일각에서는 피의자가 정신병력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가본데, 이 사건에서 피의자의 행위가 정신병 때문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며 살아왔다고 들었고, 그렇다면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들에게서도 수 없이 무시를 당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는 망상에서조차 여자들에게서 받은 무시만 기억하며 여자들만을 죽이고 싶을만큼 증오하게 되었을까요.

9. 무엇이 그를 남자에게서 받는 무시는 참아도 여자에게서 받는 무시는 도저히 참을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을까요. 혹 이 사회가 그에게 직 간접적으로 그리 주입하고 가르쳤던 것은 아닐까요?

10.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이번일이 여성에 대한 혐오라는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최소한 그러한 의심을 가지고 이번 일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기에 수 많은 여성들이 이번 일에 함께 슬퍼하고 두려움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11.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한 추모의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주로 남자분들 이겠지요. 그 분들 말씀의 요지는 나는 아무 잘못한게 없는데 왜 일부 문제 있는 남자들 때문에 모든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부당함에 대한 호소인것 같습니다.

12. 하지만 그것은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 당하는 일에 비하면 너무나, 정말 너무나 작은 부분 아닐런지요.

13. 5월 19일자 KBS 뉴스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는 살인, 강도, 성폭행등 4대 강력범죄의 피해자 10명 가운데 무려 9명이 여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자들이 설령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한들, 과연 그것이 억울해 하고만 있을 일일까요? 이 상황을 같이 고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했을때라야 여자들도 안전하게 세상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남자들도 쓸데 없이 오해를 사는 일도 없게 되지 않을까요?

14. 여자들은 이 사회에서 늘 차별받고 상대적 약자로 살아가야 하기에 서로 쉽게 공감하고 연대합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남자라서 언제 누구에게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갖거나, 공중 화장실에 갈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는 일을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기에 이번 일이 왜 그렇게 큰 일이며, 이것이 왜 남자와 여자의 문제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15. 이제 더는 우리 사회가 여성이 혐오의 대상으로써, 폭력과 살인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모두 역지사지의 차원에서 타인의 두려움과 불편함을 헤아리고, 함께 그러지 않도록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번 일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은 이렇게 일찍, 아무 죄없이 이런 애도를 받아서는 안될 사람이었습니다. (이석원 블로그 5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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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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