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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성들이 자신들이 겪은 '혐오'와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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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은 '폭력'과 '여성 혐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강남역 10번 출구''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20일 저녁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은 여성들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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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생 때 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어리고 잘 몰라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도, 제가 크고 아는 것이 더 많아지면서, 비로소 추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도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제 옆자리 앉아 제 성기에 손을 넣으며 비볐는데 이게 분명 나쁜 행동임을 알면서 도리어 '나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겁이 나 아무 말도 못 햇습니다."

"저는 가족 내 성폭력 범죄로 인해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2013년에 집에 나와 지금까지 도망 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그럴 리가 없다고 니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동생은 저보고 '삼일한'이라며 어디서 거짓말이냐고 뺨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에 호소해도 발생한 해당 지역 서로 가라고, '고작 이런 걸로 여기 찾아왔냐'라고 면박을 줬습니다. 저는 아직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얘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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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따르면, 20일 저녁 서울 신촌에서 진행된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에서도 20~30대 여성들이 마이크를 잡고 이런 말들을 했다.

"지하철 여자화장실 옆 칸에 한 남성이 화장실 바닥으로 몸을 눕혀 보고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친 뒤 한동안 지하철 화장실을 못 갔다."

"고2 때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 의자에 앉자마자 의사가 치마에 손을 넣고 추행을 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조심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술을 마실 때도 집에 들어가는 밤길에서도 일상생활을 할 때마저 최소 몰카(몰래카메라)부터 토막살인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여성들은 계속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앞으로도 '집에는 더 빨리 들어가야지, 강남역에는 가지 말아야지' 하는 고민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서른한 살 직장인이다. 직장에서 '어린 여성'의 목소리기 때문에 반말로 전화 듣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야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술에 취한 남성을 마주쳤습니다. 그때 남자친구에게 연락하여 '저 사람이 나를 해칠까 무섭다'라고 했지만 그는 전혀 이해를 못 하며 그냥 '늦었으니 어서 집에 가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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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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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사건은 개인이 정신질환이 ‘있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인 차별과 불안을 경험한 여성들이 반응하는 사회적 맥락이 있는 것이다. 여성단체가 나선 것도 아니다”며 “이 과정 자체가 (여성 혐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물꼬를 텄다고 본다”고 말했다.(한겨레 5월 20일)

보다 근본적으로는 오랫동안 뿌리내린 여성차별ㆍ혐오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가부장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남성성이 무너지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이를 손쉽게 해소하기 위해 된장녀, 김치녀 등 짓밟혀도 되는 여성들이 있다는 여성혐오 문화를 사회적 진리화하고 있다”며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사회의 남성과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한국일보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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