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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부적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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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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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1시, 서울 강남역 부근의 공중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은 상당수 언론에 의해 '묻지마 범죄' 또는 '묻지마 살인'으로 불리고 있다.

* 묻지마 범죄


: 피의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범죄 자체에 이유가 없어 불특정의 대상을 상대로 행해지는 범죄 행위 (시사상식사전)

그런데,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한 걸까?

2013년 대검찰청이 발행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외국사례 및 대처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는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불특정성이 두드러지는 사건들을 통용해 부르던 것이 상용화된 것으로 학술적으로 합의된 개념은 아니다. 언론에서 최초로 등장한 것은 13년 전인 2003년이다.

'묻지마 범죄'의 어원은 범행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범행 대상에 필연적인 이유가 없는 등 불특정성이 두드러지는 사건들에 대해 "묻지마 범죄"로 통용하여 부르던 것이 상용화된 것으로, 학술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2003년 2월 19일자 한겨레일보에서, 부산에서 발생했던 한 총격 사건과 관련하여 "불특정 다수 겨냥 '묻지마 범죄' 늘어"라는 제목 아래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였다.


그 이후 관련 범죄 사건을 지칭할 때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2012년에는 총 270건의 신문기사에서 쓰이는 등 그 용어의 사용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외국사례 및 대처방안 연구' 2013년 대검찰청 발행)

하지만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 자체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2년 9월 13일 시사인에 따르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묻지마'라는 프레이밍이 고착되면 범죄 원인과 분석에서 놓치는 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묻지마 범죄'는 언론에서 지어내 쉽게 부르는 용어일 뿐, 세상에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

"돈·치정·원한과 같은 전통적인 살인 동기가 아닌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기존 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범죄 부류에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예측하기 힘든 범죄에 대해 학계에서 '무동기 범죄'로 명명하기도 하는데 정말 동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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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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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도 19일 CBS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살인사건의 성격을 현재로써는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프로파일러들은 보통 '묻지마 범죄'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묻지마 범죄'라고 프로파일러들은 보통 쓰지 않는다.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무차별 대상 범죄'라고 봐야 하는 거죠. 사실, ('묻지마 범죄'란) 적절한 용어는 아닌 거죠."

정신분석학 박사인 김서영 광운대 교수가 CBS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지적 역시 비슷하다. '묻지마'라는 표현은 범행의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곡해되고, 이에 따라 이유를 찾아 대처하려는 사회의 노력을 차단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전한다.

언론들은 왜 자꾸 '묻지마'라는 단어를 쓰는가?


'묻지마 범죄'라는 뜻은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유를 찾아야 대책을 이야기할 수 있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나.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20일 오전 강남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 씨에게 국내 프로파일러 1호이자 오원춘 사건을 맡았던 권일용 경감 등 총 5명을 투입해 2차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국민적 관심이 쏠림에 따라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서"라며 전날(3명)보다 프로파일러 투입을 늘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