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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은 정말 ‘그림'으로 사기를 친 걸까? 미술계 종사자 5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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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화가로도 활동하는 조영남이 무명화가를 고용해 대신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대작 논란’을 두고 미술계 관련 종사자들이 ‘미술계’ 내부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을 내놓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미 5월 16일 트위터를 통해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며 “단,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이라는 건 문제 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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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러 미술평론가들은 자신의 블로그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동시대의 미술은 물리적인 과정을 조수에게 맡기는 것이 드물지 않다.”

대림미술관 사외이사이자,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이기도 한 홍경한 평론가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프 쿤스, 일본 무라카미 다카시, 영국 데미안 허스트 등 생존 작가들도 조수를 두고 작업하고 있다"며 "특히 동시대 미술은 과거와 달리 물리적인 과정을 어시스턴트(조수)에게 맡기는 것이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단, “무명작가가 아이디어, 조형의 방식, 설계까지 모두 맡았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 “미술계에 굳은 관행에 대해 외부에서 너무 몰라서 생긴 일”

또한 미술평론가인 반이정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KBS에서 ‘조영남 대작 논란’과 관련된 인터뷰 요청을 받아 통화하던 내용을 소개했다.

“조영남 소동과 관련해서라면 조영남이 남달리 비판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존하는 동시대 유명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수를 고용하며, 그들의 작품 대부분도 조수들의 손에 의해 완성된다. 이번 일이 뉴스를 타게 된 건, 미술계에 굳은 관행에 대해 외부에서 너무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

“그런 관행도 비판할 수만은 없다. 조수들이 한 작가의 창작을 대신하는 미술계 관행이 이렇듯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미술계 공동체가 그 관행의 문제점에 대해 함구해서라기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결국 작가 개인이 아닌 전문 인력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미술계 공동체가 인정해서다.”

또한 그는 “평소 조영남이 주장하는 미학에는 조금도 동조하지 않지만, 조수를 고용했다고 폭로된 이번 대작 논란에 대해서라면, 그가 비판 받을 이유가 적거나 없다고 생각한다.”며 “조영남 대작 논란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리고 언론이 앞다퉈 다루는 현실은, 동시대 미술의 생리에 관해 정상적인 일반인과 언론이 얼마나 무지한 상태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3. “관행이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또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행이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고 심지어 이를 콘셉트로 삼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조영남씨의 그림을 구매한 것은 조영남씨가 그렸기 때문이지 조영남씨의 콘셉트를 산 것은 아니기에 좀 더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4. “다른 사람의 기술을 빌렸다면, 그건 협업이라고 해야한다.”


미술평론가 윤익영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작한 작가와 사전에 합의가 있었고 이를 외부에도 공개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문제 소지가 있다”며 “예술작업은 아이디어만 갖고는 될 수 없다. 그것을 실현하는 예술적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에 자신이 그 기술이 없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렸다면 협업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5. “관행이어도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오늘날 미술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한 사람이 만드는 것만 가지고는 전체 시장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일종의 생산메커니즘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작가의 아틀리에는 100여명의 어시스턴트들이 작품의 제작에 관여하는 현 환경에서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세계가 공유하는 작품생산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만 그 같은 사실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옳거나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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