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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혐오 발언' 앞에 무릎 꿇었던 '발달장애인 센터' 논란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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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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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한테 해줄 게 이것밖에 없어요. 대학도 장가도 보낼 생각 못해요.”(장애인 학부모)

“우리도 무릎을 꿇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공간을 뺏지 말아 주세요.”(성일중 학부모)

지난해 11월2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 강당. 눈가가 촉촉이 젖은 장애인 학부모 여럿이 “직업센터를 설립하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자, ‘장애인직업센터가 웬말인가’라는 손팻말을 든 제기동 주민들이 함께 따라 무릎을 꿇었다. 마주본 채 서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6차 주민설명회를 끝으로 발달장애인 대상 직업능력개발센터인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위한 찬반 양쪽의 공식적 대화 채널이 사실상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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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커리어월드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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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여가 흐른 13일, 성일중 장애인시설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새 전환점을 맞는다. 12일 서울시교육청과 제기동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민 대표, 서울시교육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성일중 교장 등이 성일중발전협의회(가칭)란 이름으로 13일 성일중 학내에서 만나 센터를 짓기 위한 구체적인 ‘발전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간 센터 설립에 반대해온 주민 10여명은 이날 원하는 바가 담긴 안을 가져와 교육청 안과 조율하기로 했다. 1년 가까이 센터 설립을 반대해온 제기동 주민들이 센터 수용 관련 방안을 만들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 나오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해 초 서울시교육청이 성일중 내 비어 있는 공간을 개조해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을 위한 ‘서울커리어월드’를 짓겠다는 방안을 내놓자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성일중학교 내 장애인직업센터 설립 반대 위원회’(위원회)를 만들어 맞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청소년 안전, 교통량 증가로 인한 어려움, 의견수렴 절차 부족 등이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성인인 발달장애인들이 돌발 행동을 보였을 때 인근 건물에서 수업받는 성일중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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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2일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서 장애인 가족들이 단상에서 무릎을 꿇고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호소하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장애인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서울 8개 자치구 중 하나인 동대문구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짓기 위해 정부로부터 관련 예산 10억여원을 어렵게 확보했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다른 자치구에 있는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 1시간여를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해를 구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완강했다. 반대 주민들은 연좌시위와 서명운동, 공사 무효 소송을 계속했고, 장애인 학부모들은 공사를 재개하라며 자신의 자녀를 교육청 정문 앞에 내려놓고 가는 시위까지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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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반대를 고수하던 주민들과 교육청이 한 탁자에 앉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여기서 최종 합의안이 나오면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채계병 주민대표도 “함께 앉아 회의를 할 정도면 이미 많이 좋아진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하던 주민들도 많이 누그러진 상태다. 서로 잘해보자고 하는 분위기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어 아직은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전했다.

합의안에는 학교 시설 개선 등 장애인 교육에도 도움이 되면서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염유민 서울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장학관은 “주민들의 안을 최대한 반영해 최종안을 내겠다. 서울 강서구, 경기 용인시 등 전국 곳곳에서 갈등 중인 장애인시설 설립 문제와 관련해 아름다운 합의를 이끌어낸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