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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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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TERTE
Front-running presidential candidate Mayor Rodrigo Duterte clenches his fist prior to voting in a polling precinct at Daniel R. Aguinaldo National High School at Matina district, his hometown in Davao city in southern Philippines Monday, May 9, 2016. Duterte was the last to vote among five presidential hopefuls. (AP Photo/Bullit Marquez)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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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 5월 9일에 필리핀은 16대 대통령을 선출했다. 비공식적으로 거의 90%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의 시장인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38%를 얻었다. 2위 후보와 15% 이상 차이가 난다.

두테르테는 앞으로 6년 동안 필리핀의 운명을 주도하게 된다. 정당 제도가 약한 허술한 민주주의 국가인 필리핀의 정치적 안정성은 대통령의 권력과 인기에 의지해야 한다. 대통령은 주요 정책 입안자가 될 것이며,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현존하는 내부 반군 둘,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려는 테러 집단들과 맞서는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며, 필리핀 국경을 제대로 지켜내야 한다. 대통령은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하며 부를 퍼뜨려야 한다. 특히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는 필리핀 인구 4분의 1에게 부가 돌아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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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적응, 유가 하락, 해외(특히 중동) 필리핀 노동자들의 위험, 계속되는 세계 금융 위기, 중국의 서필리핀 해 침입 등의 어려움에도 두테르테는 전부 대처해야 한다.

전통적 후보들 틈의 지역 강자

두테르테는 막말, 상스러운 농담, 이슈에 대한 때로는 충격적인 입장, 법적 지름길 애호 등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에 비견되어 왔다. 그는 더티 해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평화와 질서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다바오 주민들에게 사랑받은 지도자다. 그가 다바오를 깨끗이 하는 과정에서 범죄자 1천 명 이상이 기이하고 논란이 되는 방식으로 처형당했다. 그는 당선되면 6개월 안에 필리핀 전국을 대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필리핀의 문제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당선되면 자신이 의지를 발휘하겠다고 한다.

두테르테는 PDP-라반이라는 약자로 불리는 정당의 이전 후보 대신 출마하여 정치적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는 남부에서 진보적인 도시의 시장이라는 것으로 후보 자격을 정당화했다. 그는 자신의 반 범죄 명성과 자원은 많지만 가난한 민다나오 지방이 ‘제국주의적’ 마닐라에 품은 불만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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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포 상원의원

그는 다양한 후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필리핀 영화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였을 고 페르난도 포의 수양딸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이 있었다. 페르난도 포는 논란이 되었던 2004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사망했다.

그리고 전직 내무 장관이자 지역 정부 지도자 마누엘 로하스 2세가 있었다. 그는 와튼을 졸업했으며, 투자 테크노라트이며 어마어마한 기업과 자산 제국의 상속자다. 그는 세계 2차 대전 후 생긴 독립 필리핀 공화국 초대 대통령 마누엘 로하스 대통령의 손자이다.

다음 후보인 부통령 제조마 비나이는 2012년부터 선거를 준비해왔다. 그는 미카티의 전 시장이었다. 마지막으로 미리엄 디펜서 산티아고 상원의원은 1992년 대선 후보였으며, 아직도 자신이 진짜 당선자였는데 피델 라모스 대통령이 개표 과정을 조작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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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노 현 대통령

후보들이 서로 맹렬히 개인적인 공격을 퍼부을 유세 무대가 이렇게 차려졌다.

비나이는 마카티에서 부패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의 가족은 정치 왕조라는 비난을 받는다.

입양된 포는 ‘필리핀 출생이 아니고’, 미국에서 남편과 결혼했을 때 미국 시민권을 얻은 ‘미국인’이라서 헌법적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포는 이중국적자다. 또한 헌법에 규정된 10년 이상 거주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대법원이 그녀를 구하러 나서서 대선 출마 자격이 있다고 선언했다. 또한 정치 초보자라는 비판도 있었다.

로하스는 정부에서 임무 수행을 제대로 못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열악한 공항, 오작동하는 경철도, 끔찍한 마닐라의 교통, 자동차 번호판과 운전면허증 지급의 엄청난 실패,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손가락질받는다. 또한 잠보앙가 반군 작전, 하이옌 태풍 참사, 도시 중심지의 마약과 범죄율 상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산티아고는 다른 후보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다. 아마도 산티아고의 건강 상태, 신랄한 언변, 여론 조사에서의 낮은 지지도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업이 변호사인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에서 법정 밖에서의 처형, 온갖 반군들과의 관계, 부패와 좋지 않은 건강 등이 약점이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의 소탈한 태도, 거칠고 저속한 농담, 범죄와 마약에 대한 사나운 자세, 법과 관료제를 건너뛰는 빠른 해결 선호 등을 몹시 좋아했다.

두테르테 현상

두테르테는 필리핀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약속으로 유권자들의 상상력을 얻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의 좌절과 실망에 대한 안티 히어로 심볼이 되었다. 또한 베니그노 아키노 정권 등 필리핀 정치 엘리트가 일상의 비참함에 대해 무관심하고, 개선하지 못하고, 오만함까지 보이는 데 대한 절망의 반영이기도 하다.

범죄와 마약, 빈곤, 부패, 물가 상승, 일자리 불안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교통, 통신, 건강, 교육 등 기본적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키노 정권은 동반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고, 정적을 상대로만 선택적 반부패 정책을 펼쳐 여러 사람의 실망을 샀다.

2016년 대선에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느낀 유권자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변화를 위한 표를 던졌다. 급진적일수록 더 좋다는 식이었다. 두테르테와 포는 사람들의 기분이 이렇게 바뀐 것을 보다 정확하게 대표하는 후보들이었고, 설문 조사에서 번갈아가며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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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저항 표심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두테르테였다. 그는 4월 마지막부터 독주하기 시작했다. 매체는 그걸 ‘두테르테 현상’이라고 불렀다.

지저분한 말을 쉴 새 없이 떠들기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유세가 실패할 뻔하기도 했다. 1989년에 잔혹하게 강간 살해당한 오스트레일리아인에 대한 ‘농담’(“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 아깝다.”)의 동영상이 퍼졌다. 그의 라이벌들, 여성 단체들, 인권 운동가들, 교단, 피해자 가족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대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가 대선 후보로 적절한지 의심하게 된 유권자들이 많았다.

그의 약점을 알아챈 라이벌들은 은닉 재산과 정신병적 행동을 들먹이며 공격을 쏟아부었다. 로하스는 두테르테를 선택해 낯선 변화를 맞지 말고 익숙하고 이제까지와 연속성이 있는 자신을 선택하라고 했다.

잠시 버티던 그는(자신의 당에서 발표한 사과를 부정한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유권자들은 그를 용서한 모양이다. 그들은 부정할 수 없는 열정을 가지고 그를 대선에서 승리시켰다.

물론 정치 엘리트들은 아웃사이더, 게다가 지역의 안티 히어로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것이다. 두테르테는 임기 중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권자들에 의해 필리핀을 계속 변화 중인 나라로 만들어 달라는 역사적 임무를 받았다.

* 허핑턴포스트US의 How the Donald Trump of the Philippines Won the Presidenc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