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외신 기자 120여명이 북한에 "농락당했다"고 분개한 이유

게시됨: 업데이트됨:
24
AP
인쇄

북한이 6일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 회의장에 외신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현장 취재에 나선 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북측은 2012년 4월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할 당시에도 초청된 외신기자들에게 로켓 발사 현장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본과 중국, 서방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이날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진행될 전망인 당대회 소식을 바깥 세계에 전하기 위해 북측은 12개국에서 100명이 넘는 외신기자를 초청했다.

초청된 외신기자의 정확한 수와 관련해선 다소 소식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소 100명 이상에서 130명 사이로 보인다. 일본 ANN 방송은 108명, 교도통신은 120명, AFP통신은 130명 등이라고 각각 추산했다.

24

하지만 당대회 장소인 평양 4·25문화회관에 들어가 대회를 직접 취재한 외신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북한 당국은 외신 기자들을 4·25문화회관 근처까지 안내한 뒤 약 200m 거리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대회장 외관 등을 촬영하게 했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건물에 접근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AP통신은 북한 당국이 대회장 바깥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외부 스케치만 허용하다 외신기자들을 묵고 있던 호텔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약 120명의 보도진은 농락당했다"며 "(북한 측은) 오후에는 당대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전선(電線) 공장 취재를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42

AFP통신은 "전선 공장 견학을 통해 북측이 의도한 메시지는 명확했다"면서 "이는 서방의 '거짓말'에도 북한 경제는 무너지지 않으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경제제재도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은 북한 인사를 인용해 "대회가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도 정작 회의 내용이나 진행 상황 등은 보도하지 못한 채 주변 분위기 등을 주로 소개했다.

4·25문화회관 정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렸으며, 붉은 색 당기(黨旗), 새로 설치된 황금색 분수 등이 눈에 띄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회관 주변에는 정장 차림의 경호 담당자들이 여러 명 배치됐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NHK는 대회장 앞 주차장에 당대회 참석자들을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 대의 대형 버스와 승용차가 정차돼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역시 당대회 행사장을 생방송하는 대신 기록 영상으로 오전 영상을 채우고 있다. 내부 상황은 추후 북한이 편집한 영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42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호텔 내 프레스센터로 돌아온 외신기자들이 폐쇄회로(CC) TV를 통해 당대회 생중계 영상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VOA는 이번 당대회 취재에 초청받지 못했다.

일부 외신기자들은 북측의 취재 관련 통제가 편집증적 수준에 이르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국 BBC의 스티븐 에번스 기자는 "취재진 4명에게 각자 1명씩 검은 옷의 감시원이 배치됐고, 화장실 안까지 따라붙고 있다"면서 "우리가 찍은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BBC는 일반 주민에게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CNN의 윌 리플리 기자도 "북한의 (세 차례에 걸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파견됐는데, 관련 내용을 아는 이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감시원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편집증적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취재를 할 경우 전화통화나 객실 내의 대화까지 모든 이야기를 누군가 엿듣고 있다고 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지통신은 "해외 언론에 직전까지 행선지(대회 개최 장소)를 알리지 않는 등 김 제1위원장의 신변 경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도 엿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런 와중에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부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트위터 생중계 플랫폼인 '페리스코프'를 활용해 당대회 현장 주변 상황을 실황중계하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중계한 영상은 당대회 장소인 4·25문화회관 길 건너편에서 대기 중인 외신기자들과 이들에게 배정된 북측 안내원들, 주변을 지나는 평양 시민 등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파이필드는 가상사설망(VPN)으로 북한 휴대전화망의 접속제한을 우회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당 대회를 직접 취재하지 못하고 있는 외신들은 대신 평양 시내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선전물로 뒤덮였다고 소개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평양 거리 곳곳에 '당대회를 빛나는 노동의 성과로 맞이하자', '경축' 등 글귀가 적힌 간판이 걸려 축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재에 응한 평양의 한 남성 주민은 "당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계기이자 뜻깊은 대회"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심단결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도는 "지난 1980년 제6차 노동당대회 때는 118개국 대표단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외국 고관들의 참석 예정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서방 매체들은 과학자들을 위해 최근 준공된 미래과학자 거리에 김정은 정권을 극찬하는 간판이 장식되고, 4·24문화회관을 비롯한 평양 시내의 주요 시설물에는 모두 노동당을 상징하는 붉은 기가 내걸렸다고 전했다.

평양 시내 주요 도로 주변에는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는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할 것", "조선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자"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늘어서 있었다고도 묘사했다.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