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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목숨 앗아간 살균제 '세퓨' 유독 물질 아니라고 엉터리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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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에 대해 정부가 유독물질이 아니라는 고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고시를 위한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마저 엉터리로 이뤄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관계부처의 무사안일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세퓨는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졸속으로 출시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살균제 제조 등에 문외한이던 이 회사의 오 전 대표는 주로 인터넷 관련 사이트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퓨'의 원료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제조 방법 역시 인터넷과 옥시 제품 용기에 표기된 성분을 참고했다.-연합뉴스(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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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소재 S사는 2003년 4월 국립환경연구원에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쓰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유해성 심사를 신청했다.

yonhap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제조 또는 수입하는 화학물질은 유해성 심사를 받아야 하며, 심사를신청할 때는 주요 용도와 독성 시험 결과를 첨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신청서는 엉터리로 작성됐다. 주요 용도를 기재해야 함에도, 신청서에는 PGH가 어떤 용도로 쓰일 지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환경에 배출되는 주요 경로에는 '스프레이·에어졸 제품 등에 첨가/항균 효과'라고 적혀 있었다. 또 'water(물) 등에 0.1∼1% 첨가'라는 구절도 있었다.

이는 이 물질이 스프레이 제품 등에 첨가돼 공기에 뿌려져 인체에 노출될 수 있음을 뜻한다. 당연히 사람이 들이켰을 때 유해성 여부를 측정하는 '흡입독성' 시험을 해야 하지만, 신청서에는 흡입독성결과가 없었다.

이러한 엉터리 심사였지만, 국립환경연구원은 2003년 6월 10일자 대한민국정부 관보에 'PGH가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화학물질이다'라고 고시했다.

이는 환경부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지금껏 "해당 물질이 카펫 살균제 용도 등으로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유독물질이 아니라고 봤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세퓨'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유해성 심사 신청서에는 PGH가 스프레이 제품 등에 첨가될 것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세퓨를 만든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진 직후 폐업해 피해자들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유해성 심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당시 유해성 심사 경위와 책임자 등을 분명하게 밝혀 수사를 의뢰하고, 유족에 대한 사과 및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해성심사 당시 PGH의 용도는 고무, 목재, 직물 등의 보존을 위한 항균제로, 소비자가 항균 처리된 제품을 사용할 때는 흡입에 따른 노출 우려가 매우 낮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청서에 기재된 '스프레이 제품 등/항균효과(0.1∼1% 첨가)'는 환경에 배출되는 주요 경로자료 중 하나이며, 인체 노출 경로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는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