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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빈방문 박근혜 대통령의 '히잡' 착용은 부적절한 행동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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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빈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히잡의 일종인 ‘루싸리(rousari)’를 착용한 채 전용기에서 내렸다. 청와대가 예고했던 바와 같이,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기간 내내 이 루싸리를 착용한다.

정교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13세 이상 여성들은 외출할 때 무조건 머리카락과 목을 가려야 한다. 이 법은 내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사복을 입은 비밀경찰들이 단속에 투입된다. 처벌 규정도 물론 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란 측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문화에 맞게 복장을 착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들도 “양국 관계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방문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 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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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히잡은 복잡하고도 꽤 예민한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히잡은 여성에 대한 억압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존중 받아야 할 문화로 이해되기도 한다. 히잡 착용을 거부하자는 이슬람 내부의 운동이 있는 반면, 비이슬람국가 정부의 히잡 착용 금지 정책에 대한 무슬림들의 반발이 뉴스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히잡 착용에 대한 논쟁이 주의 깊게 다뤄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히잡이 뭔지도 모르고 쓴 대통령’이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이 소셜미디어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목격되고, 한 기독교 관련 단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당당하게 한복을 입고 정상외교에 나서라”는 다소 의도가 뻔해 보이는 논평을 낸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그것보다 더 깊고 복잡하다.

1. 이란의 외교적 결례?

이란이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기 시작한 건 1979년 ‘이란혁명’ 이후다. 박 대통령은 1979년 이후 비이슬람권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하는 여성이다.

앞서 이란을 방문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나 줄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이 히잡을 착용한 적이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국가 정상’ 자격은 아니었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뜻이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란 전문가로 통한다는 신재현 서아시아포럼 회장은 박 대통령의 히잡 착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단, 화살은 청와대가 아니라 이란 정부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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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일반 시민이 아닙니다. 대통령이죠. 그 위상을 고려할 때, (히잡을 착용하는) 드레스코드가 맞는 것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히잡을 쓰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이란 정부와 한국 정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제 생각에 이란이 한국 대통령에게 히잡을 써 달라고 요청하는 건 외교적으로 옳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런 요청에 대응한 것도 틀렸고요.”

그는 일반적인 경우 외국 정부가 방문국 정상의 드레스 코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자발적으로 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괜찮을 수 있습니다.” (코리아타임스 4월29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Masood Radpey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 주민들은 외국 여성이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는지 안 가리는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입니다. 이방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란) 정치인들에게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들은 공공장소에서의 드레스코드에 신경을 씁니다. 엄격한 종교적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죠.”


2. ‘하나의 원칙’은 없다?

히잡에 대한 규정이나 문화는 같은 이슬람 문화권 내에서도 국가·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외교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동 4개국을 순방하면서 히잡의 일종인 ‘샤일라’를 착용한 적이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서 이슬람 사원을 방문했을 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시 나머지 전체 방문 일정 내내 평상시 옷차림을 소화했다.(1)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알려져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우디 외교 당국이 ‘정부 대표로 방문하는 외국 여성에게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1) 단 통역사 등 여성 수행원들은 히잡보다 더 보수적인, 온 몸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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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의 모습. 2015년 1월27일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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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2010년 5월25일. ⓒReuters

실제로 2010년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평상시와 다름 없는 복장으로 사우디를 방문했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지난해 1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

반면 이슬람 국가를 방문했을 때 히잡 등을 착용한 여성 지도자들도 많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과 장소에 따라 히잡 착용 여부가 다른 경우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만 (줏대 없이) 히잡을 착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 사진들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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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 시절, 파키스탄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2009년 10월29일.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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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방문 당시의 미셸 오바마. 2010년 11월10일.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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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이애나비가 파키스탄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1996년 6월22일.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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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아부다비를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2010년 11월24일. ⓒReuters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2010년 11월 UAE를 방문했을 때 ‘히잡 패션’을 선보였다. 미셸 오바마도 2010년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히잡을 썼다. 영국 다이애나비는 1996년 파키스탄 방문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인 2009년 파키스탄 방문 당시 히잡을 썼다.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도 2012년 말레이시아 방문 도중 모스크에서 헤드 스카프를 착용했다.

3. 여성 억압의 상징? 종교적 표현의 자유?

히잡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식 여성 복장은 그 자체로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실로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의 역사가 이 논쟁에 담겨 있다. 그건 박 대통령이 방문한 이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 정리된 문서를 보면, 고대 이란에서 히잡 같은 헤드스카프는 고위층과 왕족 여성들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겸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후 중세 사파비 왕조는 헤드스카프를 이란제국의 대도시 여성들의 기본 복장으로 설정했다. 대체로 이란에서는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iran hijab

그러나 서구화를 추진했던 리자 샤(Reza Shah) 국왕은 1936년 히잡 착용을 금지시켰다. 경찰은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단속했고, 강제로 이를 벗기는가 하면 여성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히잡이 ‘예절’로 간주되던 문화에서 이 정책은 당시 거센 반발을 불렀다.

위키피디아는 “이 기간은 헤드스카프를 착용하는 건 퇴보의 신호라는 소수의 사람들과 (반대로) 이것이 진보적이라는 대다수의 의견으로 양분된 시기로 묘사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당시에는 히잡이 오히려 ‘진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결국 히잡 금지법은 일부 수정을 거쳤고, 리자 샤가 물러난 1941년에는 완전히 폐지됐다.

1979년 이란 혁명에 즈음해서는 ‘이란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유럽중심적인 성 역할을 이란 사회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대학가에서 퍼졌고, 중산층 여성들은 베일을 쓰고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였다. 헤드스카프와 차도르는 이 당시 시위의 상징이자 종교적, 국가적 상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히잡을 둘러싼 논쟁의 구도는 다시 정반대로 바뀌었다. ‘여자의 머리카락은 남자들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가려야 한다’는 히잡 의무화법의 논리적·종교적 근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이런 종교적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엄격한 단속으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한몫했다.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이란을 방문하는 비이슬람국가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 거부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온라인 운동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는 억압적인 법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일하던 아스라 노마니는 워싱턴포스트에 쓴 글 ‘무슬림 여성으로서, 우리는 당신이 종교를 초월한 연대라는 이름으로 히잡을 쓰지 않기를 요청한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게 히잡은 우리가 거부하는 이슬람의 상징, 즉 여성은 남성의 정신을 방해하는 존재들이며, 따라서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노출함으로서 연약한 남성들을 유혹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신앙의 상징이다. 우리는 그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 2015년 12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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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인 여성들이 보다 강력하고 엄격한 '복장 규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속 여성이 손에 들고 있는 건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이다. 2014년 6월12일. ⓒAP

그러나 히잡을 자연스러운 문화적 전통이나 지켜야 할 종교의 상징으로 여기는 무슬림 여성들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들은 유럽 국가들의 ‘히잡 금지법’에 반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일명 ‘부르카 금지법’을 도입한 프랑스다. 프랑스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교 복장인 니캅이나 부르카를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 정책은 무슬림 여성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2)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히잡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스물 한 살 때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공공장소에서 니캅을 착용해 왔다는 프랑스인 스테파니 레퀴에(39)도 “나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니캅을 쓴다”며 “지금껏 보안 문제로 필요하다면 얼굴을 보여줬고 니캅이 인생의 어떤 장애물도 되지 않았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부르카 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한 파키스탄 출신 프랑스 여성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남편을 포함해 누구도 내게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일보 2014년 10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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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말 별세한 ‘이슬람 페미니스트’ 파테마 메르니시의 삶을 조명한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자.

저 특집의 첫 에세이는 파테마 메르니시(Fatema Mernissi)의 글이었다. 그는 베일이 무함마드와 쿠란의 뜻과 달리 여성을 대중 정치와 신앙으로부터 분리·배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베일은 이슬람 남성 지배권력이 사회구조·
권력 구조를 지탱해온 수많은 수단과 장치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이슬람 페미니즘은 ‘베일’ 이슈를 넘어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어디서나 여성의 법적 사회적 평등은 사회경제적 구조와 세속주의, 차이에 대한 법적 관용, 자유의 승인, 사적 윤리와 사적 판단 능력에 대한 존중 등과 연관된 문제다.(…) 단순히 ‘베일’만 갖고 씨름하는 건 어떠한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한국일보 1월16일)

이 기사에 따르면, 파테마 메르니시의 첫 번째 책 ‘베일을 넘어서(Beyond the Veil: Male-Female Dynamics in Modern Muslim Society)’가 출간된 건 1975년이다. 41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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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히잡 착용 문제로 돌아가보자. 서울대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이란 경제학자 Mahyar Adibi는 코리아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국내 소비저하와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던 중국의 성장 저하 같은 외부 요인들로 인해 침체를 겪었다.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도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그는 이런 심각한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히잡을 착용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시각에서 매우 사소한 문제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타임스 4월29일)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 기간 동안 이란 권력서열 1위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2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다.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교역·투자 정상화를 위한 기반 조성 ▲전통적인 협력 분야인 인프라 및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신성장 동력 분야인 보건·의료·문화·ICT 등에서의 새로운 협력사업 모색 등 한·이란 간 실질협력 강화 방안에 관한 의견이 교환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종료 후 로하니 대통령과 법무·문화·교육·과학기술·산업·보건·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 협력관계를 규정하는 내용의 조약·협정 및 양해각서(MOU)에 서명한다. (연합뉴스 5월2일)

보건복지부는 이란과의 협력으로 앞으로 5년 동안 2조3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신속하게 배포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중동외교의 성과로 홍보했던 것들 중 상당수가 '뻥튀기'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가?

그러니 히잡을 쓰느냐 마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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