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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 한국서만 벌어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한 전문가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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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망자만 95명에 이를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왜 '전무'하느냐는 것.

출시될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제품으로 받아들여졌던 '가습기 살균제'는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다.

한국에서는 불타게 팔린 이 제품 자체가 '전무후무'하고, 이로 인한 피해 역시 '전무후무'한 것.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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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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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살균제'에 대한 허가가 매우 엄격하다고 전한다.

이 교수는 환경TV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A사가 제조한 '은나노 세탁기'가 '살균력이 있다'고 광고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을 때 미국 환경보호청(EPA)가 나서 '인체 독성'과 환경 독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유럽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럽연합이 직접 나서 '살균된 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가면 어떻게 되는지' '담수 어류의 생태계에는 문제가 없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해 결국 시장 진출을 포기했다는 것.

이 교수는 '살균' 제품이 갖는 의미는 절대 적지 않다환경TV에 이렇게 전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다 안다. 그것을 세계 최초라고 자랑한 정부가 정신 나간 정부다"

"다른 나라가 이 제품을 왜 안 만들었는지 10초라도 생각했으면 이렇게 못했을 것이다"

"세척제로 허가해 줬는데 제조사가 세척 용도가 아닌 방법을 소비자들에게 권장하면 정부가 나서야 했다"

"살균제가 뭔지도 모르는 그런 정부를 우리가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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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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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파트 문화와 함께 '세균 공포'를 부추긴 대중매체의 잘못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종주 전 한겨레 보건복지전문 기자(보건학 박사)는 2014년 8월 30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렇게 지적한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실내 건조를 막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다른 주거 형태 거주자에 견줘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실제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해온 가정의 다수는 아파트 또는 아파트형 거주자였다. 순수 단독주택 형태의 거주자는 보기 드물었다.

뉴스 시간 또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 질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유해 세균과 무해한 일반 세균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나 정보 없이 세균 공포를 부추겼다. 침대 시트나 옷에 세균이 득실거린다고 한다. 가구와 장난감, 컴퓨터 자판과 전화기, 책과 지폐, 마트 수레 손잡이, 화장실과 마루바닥 등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보도한다. 이런 보도가 시민들을 화들짝 놀라게 만든다.

실제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자녀의 목숨을 잃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본 부모들은 가습기 살균제 회사의 광고·선전과 언론의 보도를 보고 살균제를 구입해 물에 넣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가습기를 청소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세균이 가습기 물통 안에 자랄 수 있고, 그 세균들이 공기 중으로 퍼져 심각한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광고를 쉽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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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5년 만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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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 의학전문기자는 의학전문채널 '비온뒤'에 게재한 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성격을 이렇게 지적한다.

언론이 해마다 대중들에게 가습기 사용을 권고한 탓이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관한 한 국민들은 잘못이 없다.


흔히 말하는 안전불감증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적으로 이익에 눈 먼 기업과 이를 견제 내지 감독해야 할 정부언론과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의 무관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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