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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정부의 부실했던 대응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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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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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제품 제조를 방치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정부의 부실 대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살균제 원료 물질이 독성을 지닌 공업용이었는데도 생활용품으로 사용될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피해 의심 사례가 접수된 뒤에도 8개월 가까이 입증 책임을 놓고 정부와 기업은 뒷짐만 졌다.

1. 살균제 원료, 美에서는 농약으로 분류…한국은 KC마크까지 부여

옥시가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PHMG는 미국 환경보건청(EPA)에서는 농약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1996년 12월 ㈜유공이 카펫 항균제 용도로 개발한 물질이다.

법조계, 시민단체는 정부가 법령을 위반해 PHMG의 흡입독성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심사 등에 관한 규정'에는 유해성심사 신청서에 "주요 용도에는 일반적인 용도와 구체적 사용 예"를 적게 돼 있었고 흡입 가능성이 큰 화학물질은 추가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는데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PHMG는 고분자 화합물로 반응성, 휘발성이 낮다. 유해성 심사 신청 때 용도가 카펫 제조에 사용되는 항균제라 일반 소비자에게는 위해 우려가 낮고 유독물질지정 기준에도 해당하지않았다"고 해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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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신고서에는 오히려 '호흡용 보호구는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음'이라고 돼 있었고 제조신고서에 적힌 취급시 주의 사항은 카펫 첨가제로 사용할 때 사업주나 근로자가 지켜야 할 사항이었다는것이다.

결국, 카펫 제조 공정에서 쓰는 독성물질이 호흡기와 직접 관련된 생활용품에 사용될 때까지 정부의 관리 감독은 없었고 옥시는 그 빈틈을 이용했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품목 허가, 제품 표시, 광고가 한 덩어리인데 엉터리 제조사가 엉터리 품목 허가를 받아 엉터리로 광고하는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가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가 사용한 PHG도 용도는 고무, 목재, 직물 등을 보존하기 위한 항균제였다.

정상적인 용도로 사용됐다면 독성시험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었지만, 역으로 자료제출 의무가 없다 보니 호흡기 관련 제품에까지 사용되는 허점이 노출됐다.

2011년 11월 보건당국이 뒤늦게 6종의 가습기 살균제를 수거했을 때 1종에는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가 붙어 있었다. 세정제로 허가를 받아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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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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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와 직접 관련된 제품임에도 단순 세정제로 허가하는 바람에 참사가 일어난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 살균제가 공산품이어서 식약처의 규제 권한 밖이라 막지 못했다고 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을 회수하고 이후 관련법을 고쳐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면서 흡입독성시험을 거친 제품만 판매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때는 이미 아무도 액체 살균 방식의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후 현재까지 허가받은 제품(허가 신청한 제품 포함)은 1건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그당시 호흡 독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없다 보니 가격이 맞고 냄새가 없어 만들기 편하면 원료로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 관할 문제 놓고 정부 부처는 떠넘기기

2011년 4월 서울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급성호흡부전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했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었다.

역학 조사는 환경보건 업무의 관할 문제를 놓고 정부 부처가 떠넘기기를 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환경보건업무는 2006년 복지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다. 가습기 살균제 역학조사 때는 복지부가 조사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고, 복지부는 전염병이 아닌 오염물질 피해조사는 권한 밖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환자와 가습기 살균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내는 게 급선무였는데 복지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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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5년 만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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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환자의 폐 상태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CT 진단이 환자 중 일부만 이뤄졌다. 복지부에 설치됐던 폐손상조사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은 신고자에 대한 추가검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폐손상 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경보건 피해자가 발생해 문제를 제기하면 제기된 문제의 원인과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정부 차원에서 연속적,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건강 문제이니 보건복지부다, 제조물이니 산업부다, 환경 문제이니 환경부다 이렇게 떠넘기기를 부처들이 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떠넘겨지고 내팽개쳐져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해서 기업에 손해배상을 요구해도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며 기업이 책임회피를 하는 것도 반복됐다.

제품 안전성이 미흡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면 제조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한 제조물책임법(PL 법)이 14년 전 시행됐어도 여전히 소비자에게는 높은 장벽이었다.

3. '소극적'인 피해 인정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유해물질에 노출된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그 사람을 상대로 독성을 확인하는 것을 역학조사라고 하는데 정부는 이 기본 원칙을 잊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폐섬유증뿐 아니라 천식, 간경화 결과도 얻어냈어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는 쥐 실험만을 근거로 수많은 피해자들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폐질환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는 계속돼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은 환경부로 자료를 근거로 "정부가 최소 2013년경에 동물실험을 통해서 가습기 독성물질인 PHMG와 PGH가 폐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음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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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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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환경부가 받은 '건강모니터링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 추가 조사연구'에는 "2011~2012년 전국적으로 시행한 후향적 및 전향적 연구에서 본 질환(폐질환)의 특성 및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했고 PHMG, PGH가 폐 및 폐 외 기관에 치명적인 독성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이후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에서 총 530명을 조사했을 때 정부지원금 대상으로 인정된 피해자는 221명(41.7%)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95명이었다.

조사 대상이 됐던 피해자 중 사망한 48명은 정식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