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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는 혐오와 배제로 극우정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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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커버스토리 / 4·13 총선과 기독자유당

기독자유당은 타인을 향한 차별·배제를
어떻게 신의 이름으로 정치 동력화 했나


혹자는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혹자는 주목할수록 역효과가 난다고 했다. 그렇게 경고와 전략적 외면 속에 차별과 혐오 코드를 앞세운 두 기독교 정당은 지난 4·13 총선에서 3%가 넘는 득표력을 보였다. 정의당을 제외한 원외에 있는 모든 진보정당의 득표를 합한 것보다 많았고, 역대 기독교정당이 얻은 표 가운데서도 가장 많았다.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정치세력화를 도모해온 이들의 표 결집력은 이제 원내 진입을 넘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은 동성애 차별 금지법 반대, 간통죄 부활, 이슬람 특혜 철회 등 ‘혐오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공격과 배제를 토대로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이들의 행보는 위기에 몰릴 때마다 비판세력을 적대세력으로 분리시키는 박근혜 정권의 정치언어와도 닮아 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가 이뤄진 이번 총선에서 합리와 상식을 잃은 이들의 약진은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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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시작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시시엠엠(CCMM) 빌딩 12층 컨벤션홀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통성기도하는 기독자유당 당원들 모습. 앞줄에 손영구 대표(왼쪽 셋째)와 이윤석 의원(왼쪽 넷째) 등이 앉았다.

▶ 한껏 밝은 표정을 지은 이들이 웃으며 말합니다. “동성애를 막아냅시다”라고.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말하며 이들은 서로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우리 한번 해봅시다”라고. 그들이 내뱉는 언어에서 섬뜩함을 느낍니다. 그들의 밝은 표정에선 당혹감을 느낍니다. 차별과 배제의 언어가 이처럼 자연스레 오가는 곳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일부 개신교회들이 우리 사회의 대표 극우집단으로 변모해간 과정을 훑었습니다. 할렐루야!

20분가량이 지났다. 예배당엔 내내 찬송이 울렸다. 신도 300여명은 내뱉듯 발성했다. 우는 이도,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통성기도를 하는 이도 있었다. 곳곳에서 ‘방언’이 들려왔다.

“할렐루야! 선거하시느라 큰 수고 하셨습니다.” 찬송이 끝난 예배당 무대 위로 어느새 그가 나타났다. 성가대가 있던 자리였다. 목소리가 거칠었다. “할렐루야.” 신도들이 답했다. “정말 우리가 열심히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국회 진입하는 것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총선 이야기로 목사는 설교를 시작했다. 4·13 총선 뒤 첫 ‘주일’인 17일 낮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의 3부 예배 시간.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설교는 온통 기독자유당 얘기였다. 당의 후원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예배당은 흡사 기독자유당의 집회장과도 같았다.

“한국은 복음을 유럽과 미국을 통해 받아들였어요. 근데 유럽과 미국 교회는 다 망했어. 왜인 줄 압니까? 동성애와 이슬람 때문이에요. 한국도 그리 가고 있는 거예요. 동성애, 이슬람, 차별철폐 이것들 그대로 뒀다간 한국 교회 원천적으로 없어집니다. 동성애, 이슬람 이겨야 합니다. 자~ 옆 사람과 악수합시다. ‘동성애, 이슬람 원천적으로 막아냅시다’.” 신도 300여명은 좌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따라 말했다. “원천적으로 막아냅시다. 원천적으로 막아냅시다.”

전 목사가 설교를 이어갔다. “이번에 (5번 기독자유당이 아닌) 기독민주당(13번) 찍은 사람들이 13만명이에요. 자기 부인을 비례 1번으로 세운, 우리 헛갈리게 한 그 기독(민주)당만 없었다면 원내 진출했을 겁니다. 여러분이 하는 일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이 정도 확보했으니까 4년 후엔 3~4배로 커져서 원내 들어갈 겁니다. 그럼 우린 승리하는 겁니다. 옆자리 형제자매님들과 얘기해봅시다. ‘우리 한번 해봅시다’.” 300여개의 밝은 표정들이 다시 좌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우리 한번 해봅시다. 우리 한번 해봅시다.”

주보 교회소식엔 ‘동성애와 이슬람을 반대하고 반기독교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1천만 서명운동에 전 성도들이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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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우 개신교 신도들을 주축으로 한 반동성애 단체들은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이후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관련 법 제정을 막아왔다. 2014년 11월2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민 인권헌장 관련 공청회도 반동성애 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이들이 들고 온 손팻말 사이로 공청회에 참석한 성소수자가 치켜든 손자보의 모습. 공청회 무산 뒤 서울시는 시민위원회를 통해 추진해온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결국 폐기하기로 했다. ⓒ한겨레


기독자유당의 약진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 극우주의잖습니까. 한국 기독교 내 극우주의 세력의 ‘케미’(화학반응을 뜻하는 영어 단어 케미스트리의 줄임말)가 박근혜 정부와 맞다고 할까요. 그 세력의 풀뿌리 조직들이 박 정부 시기에 많이 확산됐습니다. 향후에 이들의 역할이 상당히 있을 겁니다.” 19일 만난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의 말이다.

“기독정당 자체는 실패한 프로젝트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극우적 풀뿌리 조직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들은 성공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하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앞으로 자기들의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의 득표율은 2.63%(62만6853표)였다. 또다른 기독교 정당인 기독민주당은 0.54%(12만9978표)를 얻었다. 동성애와 이슬람교를 반대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성향의 두 당이 얻은 표는 원외 진보정당들의 표를 다 합한 것(1.75%. 녹색당 0.76%, 민중연합당 0.61%, 노동당 0.38%)보다 훨씬 많았다. 하나의 당이었다면 3%를 넘겨 국회 의석을 얻을 수 있었다. 1997년 김한식 한사랑선교회 대표의 대선 출마 이래 한국 개신교가 선거 과정에서 얻은 표 중 가장 많았다.

3월3일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현역 의원(이윤석)을 영입해 일시적이나마 원내정당의 지위를 얻었다. 기호 5번을 받아 득표에 유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한기지협) 등 개신교계 주요 기관들이 힘을 실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윤석전 연세중앙교회 목사,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기독자유당은 선거 이후에도 ‘반기독교악법 저지 1천만 기독교 서명운동’을 벌인다. 목표(5석 확보)에 턱없이 미달했지만 잔뜩 고무돼 있다. 선거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개신교는 늘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행위자’였다. 김진호 연구실장이 쓴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를 보면, 1990년대 이전 개신교는 박정희 군사정권과 전두환 정권 등을 거치며 급성장했다. 비기독교 국가에서 최초로 도입된 군종 제도 등 권력 자원의 일부를 할당받는 대가로 권력에 부역하되,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 결과 성장 중심적인 병영 동원 체제를 내화했고, 세계 최대 교회 등을 만들어내며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변모했다. 1991년 1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후보 조찬기도회’엔 1천명이 넘는 목회자가 ‘장로 대통령을 만들자’며 모였다. 1997년 대선에선 김한식 대표가 사실상 기독교정당인 ‘바른나라정치연합’을 창당해 출마(득표율 0.18%, 4만8717표)했고 2004년엔 기독민주복지당(1.1%)이, 2008년엔 기독사랑실천당(2.59%)이 총선에 나섰다. 2012년 총선에선 기독자유민주당이 1.2%를 득표했다. 이들의 득표력은 이제 원내 진입을 넘보는 단계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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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기독자유당 선거홍보물.


정치세력화는 ‘돌파구’

총선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대전 서구 갈마동 대전중문교회. 예배 도중 기독자유당의 홍보 영상이 상영됐다. 본격적인 설교를 시작하기 전, 이 교회 담임 장경동(60) 목사는 신도들에게 “홍보 영상, 티브이에 나온 거 봤냐”고 물었다. 이어 방송팀에 영상 상영을 요청했다. 장 목사 본인이 등장하는 기독자유당의 홍보 영상이었다. “동성애와 이슬람으로 인해 한국 교회와 나라가 크게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4·13 총선에서 기호 5번, 꼭 기독자유당을 찍어주셔서 동성애와 이슬람으로부터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영상 속 장 목사가 말했다. 선거법(공직선거법 79조·100조) 위반이었다.

홍보 영상은 출마한 후보자가 신고한 연설용, 대담용 차에서만 틀 수 있다. 또 누구든 자신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해당 기관이나 단체의 구성원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거나, 시킬 수 없다(85조 3항).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255조). 장 목사는 목사의 직무상 행위인 주일 설교(3월27일)에서 “아무리 크리스천 국회의원이 많아도 안 된다. 그래서 나온 당이 5번 기독자유당”이라며 “꼭 비례대표는 5번 찍으라 그 이야긴 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농하기도 했다. 그도 법 위반임을 알고 있었다.

무리한 선거운동은 절박함에서 말미암는다. 절박함은 존재론적 위협에서 찾아온다. 인구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이뤄져도 ‘종교별 인구’는 매번 조사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 종교별 인구 조사는 2005년에 있었다. 이 조사에서 자신의 종교를 ‘개신교’라 답한 이는 861만6천명이었다. 직전 조사인 1995년에 견줘 1.4%가 줄었다. 사상 첫 감소였다. 앞선 시기 무서운 성장세와 확연히 대비됐다. 천주교 인구수는 같은 시기 외려 4.3% 늘었다. 개신교는 충격에 빠졌다.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가 ‘해방 이후 한국개신교회 성장 및 감소’에서 정리한 수치를 보면, 1960년 62만3천명(인구의 2.5%)이었던 개신교 신도 수는 1970년 인구의 10%가 넘는 319만2600명으로 급증했다. 이어 1980년 14.3%(533만7천명)로, 다시 1995년 19.7%(876만300명)까지 늘었다. 이런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위기감이 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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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민주화로 인해 사회적·정치적 주권의식에 대한 감수성이 고도화된 반면, 개신교 목사에 대한 신뢰는 급락했다. 교회는 구태의연한 이들의 모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교회에 관한 추문들이 공개되기 시작했고, 민주화를 더 많이 추구했던 이들이 교회에서 먼저 철수했다. 진보적 기독교 사회운동은 붕괴했고 교회는 급속도로 보수화됐다. 미국과 북한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민주화된 시민사회와의 괴리를 더 넓혀 놓았다. 또 소비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여가산업이 발달하면서 교회 출석률이 낮아졌고….”(<시민 K, 교회를 나가다> 235쪽)

신도 수만 줄어든 게 아니었다. 교회 수도 감소했다. 대형 교회는 건재해도 중소형 교회는 무너졌다.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폐업한 교회의 수는 해마다 1300개 이상으로 추산됐다. 교회가 줄자 신학생들의 취업도 힘들어졌다. 거대 교단 중 하나인 예수교장로회 통합 쪽 교단 신학교인 장신대학교의 2008년도 졸업생들은 13%만 교회에 취업했다. 취업이 어려워 신학생들 관심이 ‘교회성장학’에 기울었다. 교회도 ‘생존’에 뛰어난 신임 목사를 선호했다. 신학적 소양보다 실용적 활용이 중요했다. 목사들이 정당을 만들어 국회에 들어가려는 배경에 이런 교계 내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김진호 연구실장은 말했다.

정치활동은 다른 행위보다 훨씬 높은 목적의식과 전망을 갖도록 자극한다. 같은 이념을 가진 이는 쉽게 결속한다. 교회를 넘어 사회·국가적, 지구적 차원의 목표의식을 갖도록 고무된다. 다만 외부에 희생양이 필요했다. 희생양을 기반으로 한 증오나 혐오가 결속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극우정치 공간의 형성

2003년 1월11일 서울시청 광장.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를 나란히 든 이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열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지덕 강남제일침례교회 목사 등이 참석했다. 주최 쪽 추산 인원 5만명. 이들은 행사 중 북한의 인공기를 불태웠다. 이때는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위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다.

불평등한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가 연일 벌어지는 와중에, 맞불 성격의 난데없는 ‘친미반북집회’가 열린 것이다. 극우파 개신교도들이 강한 정치색을 띠며 처음 광장에 나타난, 데뷔 무대였다.

이후 보수 개신교계는 연일 시국집회를 열며 ‘반공친미’를 기치로 ‘극우벨트’를 형성해갔다. 각종 소규모 단체를 만들어 극우 담론을 퍼뜨리고 때로 대규모로 결속했다. 본격적인 결속의 계기는 이듬해 찾아왔다. 2004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뒤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이어 4대 개혁입법(사립학교법·국가보안법·과거사진상규명법·언론관계법)을 추진했다. 교계는 특히 사립학교의 이사와 감사 일부를 개방적 방식으로 선임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발했다. 개신교가 운영하는 학교를 건드리는 사안이었다. 남한의 보수 기독교계는 심한 모욕을 받으며 재산을 강탈당한 기억이 있는, 해방 이후 월남자들이 주축이 돼 형성됐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개혁안에도 반발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집권기는 개신교에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온 시기와 일치한다. 개신교는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를 공산화로, 확대된 민주화는 좌경화로 받아들였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의식은 종북주의적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해 말 ‘뉴라이트전국연합’, ‘기독교사회책임’ 같은 우파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하고, 2008년 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 ‘기독교유권자연맹’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나 최이우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종교교회 목사) 등이 그 활동을 함께했던 이들이다. 최 목사가 속한 ‘미래목회포럼’은 2014년 11월 고교 도덕 교과서인 <생활과 윤리>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난잡한 성관계로 갖게 되는 에이즈 등 여러 질병의 위험에 처한 동성애자의 불행한 삶을 서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최 목사가 위원이 된 이후 국가인권위는 ‘동성애 전환 치료’, ‘탈동성애 인권포럼’ 등을 열고 있다. 지난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에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동성애 전환 치료를 아동학대로 보고 있다.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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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반대하는 이들은 동성애를 왜곡하고 혐오를 과장한다. 2014년 11월27일 서울 서교동 ‘인권중심 사람’에서 열린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제도의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에 앞서 반동성애 단체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한겨레

그들은 타인에 대한 차별을 축으로 결집한다. 동성애를 향한 혐오를 부추기고 이슬람에 대한 위험을 과장하면서 차별을 정치적 에너지로 동원한다. 박근혜 정권의 테러방지법 추진은 그들이 ‘이슬람의 공포’를 극대화해 정치자원화하는 호기로 작용했다.

장경동 목사가 “꼭 5번 찍으라 그 이야긴 하지 않겠다”고 했던 3월27일. 그는 이날 설교에서 기독자유당 지지를 호소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이어갔다. 장 목사는 각종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보다 웃긴 성직자’로 불린다. “국회에 계속 올리면 안 되는데 올라오는 법안이 성차별금지법인데, 이 말은 언뜻 들으면 괜찮아 보이지만 동성연애 합법화하자는 겁니다. 그 법 밑으로 내려가면 짐승과의 결혼, 섹스를 법적으로 인정하자는 거예요. 이게 호주에선 통과가 됐어. 정식으로 개하고 결혼해서 살아. 더 내려가면 자동차와 섹스. 자동차하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 더 내려가면 시체 동거. 뭔 말을 더 하겠습니까. 환자야 환자.” 농담이 아니었다.

다시 17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설교 도중 배우 서정희(56)씨를 불러내 무대에 세웠다. 전 목사는 그를 “강남 대형교회에 다니다 가정불화를 겪은 뒤 옮겨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서씨는 이번 선거 때 기독자유당의 홍보 영상에 출연했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서씨는 “전 목사의 설교는 기독교 신앙생활의 정수가 담겨 있다는 <참회록>, <천로역정>, <기독교강요>못지않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동성애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전 가정이 깨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가정을 지키려면 간통죄를 부활해야 하고 동성애도 막아야 합니다. 동성애는 간통과도 통해 있기 때문입니다. 우산에 뚫린 작은 구멍을 놔두면 비가 새면서 나중엔 점점 커집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막아야 합니다. 전 정치에 관심 없어서 평생 두 번밖에 투표를 안 해봤는데,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그의 낭랑한 목소리에 맞춰 신도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개신교는 혐오의 대상을 동성애에서 찾았다. 2007년부터 시작된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직접적 계기였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팀장은 ‘한국 보수 개신교의 혐오정치 실태와 문제점’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은 이후 개신교계가 반동성애 운동을 본격화하는 데 결정적 불씨를 댕겼다. 사립학교법과 차별금지법, 교과서 수정 요구, 동성애·동성혼 반대의 배경엔 개신교 사학 재단의 운영권과 교권, 채플, 교회 운영, 선교활동, 목회활동, 교회 건물 및 재정 운영 등 보수 개신교계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연동돼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200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제정이 본격화됐다. 뉴질랜드(1997년 인권법), 유럽연합(2000년 기본권리헌장), 독일(2006년 일반균등대우법), 영국(2006년 평등법) 등이 그랬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감은 동성결혼 승인 등을 앞서 경험한 미국 등 해외 보수 개신교 그룹들을 통해 더욱 강화됐다. 차별금지법은 개신교의 사학 재단과 종교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하는 마지노선이 됐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해온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20일 “법안 발의에 참여한 정치인들에게 전화와 문자, 팩스가 쏟아졌다. 의원실을 거의 마비시키다시피 했다. 정치인들이 한발 물러나니까 이 방법이 먹힌다고 보고 비슷한 방식의 ‘괴롭힘’을 계속했다. 낙선 협박도 하고 지역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땐 같은 방법으로 교육위원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결국 17대 국회에서부터 시도된 국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19대 국회에선 3개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추진됐지만 일부는 철회되고 일부는 폐기될 전망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이 지속적으로 한국에 차별금지법제 마련을 권고했고, 2012년 10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지만 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혐오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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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 다 반대합니다. 누가 이거를 찬성하겠습니까? (박수) 그런데 때때로 세상은 저희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않습니다. 마치 그 어떤 빌미를 잡아서 반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굉장히 왜곡 전달, 그동안에 정말 많이 왜곡 전달이 됐거든요. 그래서 제가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입니다. (박수)”

지난 2월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 대한민국살리기나라사랑운동본부(대표 이영훈 목사)가 주최하고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표 전광훈 목사)가 주관한 행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투항하듯 말했다. 보수 개신교계의 영향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나영 팀장은 “이들은 국가조찬기도회, 국회조찬기도회, 교과서포럼 등 보수 우파의 네트워크 속에서 정부의 정치 이데올로기와 정책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 공공기관들은 이 네트워크 속에서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실행하거나, 승인·방조한다. 인권침해가 심각해지는데다 차별금지법 제정, 인권조례 등을 비롯한 제도적 변화들이 무기력하게 가로막힌다”고 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공격은 소수자를 다수자와 구분짓는다. 스스로 다수에 속해 있다 믿는 이들에겐 ‘소수자가 아니라 다행’이라 느끼게 한다. 소수자만 배제하면 공동체는 더 안전하고 완벽해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개인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진다.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이 의도하는 바다.

임보라 목사는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을 금기시한다. 금욕이 곧 성스러운 것이란 생각은 여성혐오로 연결된다. 성적 욕망은 부도덕한 것이고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악마가 된다. 성은 가정 안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기능으로 한정된다. 이런 성윤리는 가부장 체제를 기초로 하는데, 성소수자는 존재 자체가 그런 관점에 균열을 낸다. 악마이고 없어져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 혐오하고 과장한다. 결혼을 못 해서 동거를 하는데도 문란하다 하고, 파트너가 몇백번 바뀐다고 과장한다”고 했다. 기독교 연구기관인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교회 내에서 동성애, 이슬람에 대한 ‘팩트 체크’가 안 돼 있고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비틀어 기도제목이란 이름으로 카톡이나 페이스북으로 유통한다”고 지적했다. 광범위한 과장과 왜곡이 이뤄지는 것이다.

경쟁하는 극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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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8일 앞둔 지난 5일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교회 기독교 지도자 회의’가 열렸다. 이날 조찬 모임엔 이영훈·윤석전 등 대형교회 목사들을 비롯해 이윤석 의원, 김승규 장로(법무법인 로고스 고문 변호사), 전광훈 목사 등 기독자유당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장경동 목사는 이 자리에서 기독당 지지에 침묵하는 목사들을 ‘짖지 못하는 개’에 비유했다. 장 목사는 “지금 침묵하는 목사들은 ‘짖지 못하는 개하고 똑같다’. (아멘) 이거는 중요한 것이다. 목사일지라도 선지자적 사명은 없는 사람”이라 했다.

전광훈 목사도 대형교회 목사들을 나무랐다. 17일 설교에서 그는 강한 어조로 “대형교회 목사들은 모두 범죄를 저지른 거다. 신도 10명 중에 1명도 (기독자유당을) 안 찍었다. 목사들이 교회 붙잡고 밥 먹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은 다 이겼는데 항상 서울·경기, 특히 서울이 문제다. 서울의 기독교도는 30%이니 300만명이 기독교도인데도 10만표밖에 안 나왔다. 대형교회 도대체 뭐 했냐. 이러니 박원순(서울시장)이가 선거 바로 다음날 동성애자들한테 서울광장 빌려주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신도들이 “아멘”으로 크게 화답했다.

“박근혜 정부가 등장할 때 거대하게 형성된 일종의 권력연합이 있었는데, 거기 굉장히 많은 행동적 극우주의자들이 있었어요. 근데 상당수 많은 이들이 이탈했습니다. 전광훈 목사 같은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표현하더라고요. 일종의 ‘무단정치’를 자기네 생각보다 못하고 있다는 거죠. 동성애자를 당장 잡아다가 매장한다든지 하는.”

김진호 연구실장의 말이다. 극우주의자들은 극우주의자들끼리 경쟁한다. 이들이 경쟁할수록 개신교 전반은 점점 더 근본주의적인 경향이 강화돼간다. 나영 팀장은 “누가 더 이슬람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누가 더 탈북자들을 많이 끌어들이며, 누가 더 극단적 위험이 있는 선교에 나서는가, 누가 더 동성애를 반대하고, 누가 더 개신교를 유일 종교로 설파하는가 등”으로 경쟁해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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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행동대장 격의 ‘십알단’ 같은 소규모 조직들이 양산된다.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돈을 받고 집회에 나가듯, 극우주의가 직업이 된 사람들, 신념과 직업이 결합된 이들이 태어난다. 소수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통해 자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사회윤리의 담지자를 자처하며, 사회 혼란을 막아낼 수호자라 생각한다.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적대, 성적 차별과 윤리적 통제를 부르짖는다. 개인의 삶을 방기한 불행한 사회는 이런 이들을 양산하는 토양이다. 임보라 목사는 “교회 조직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지역 안엔 각종 소모임이 있다. 인적 구성이 매우 탄탄한 네트워크다. 목사의 말 한마디에 다 옳은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행동에 나서면 대형교회들이 뒷돈을 댄다. 이런 행태가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향한 공격과 배제를 토대로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정치전략은 소통과 통합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의 본질과 근본적으로 상충한다. 박근혜 정권의 정치언어에서 종교적 색채를 읽어내는 시각도 여기에 닿아 있다. 현 정권은 출범 이후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비판세력을 적대세력으로 규정(전교조 법외노조화, 통합진보당 해산, 종북몰이 등)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으로 국면을 타개해왔다. 그 과정에서 국민과 비국민, 정상과 비정상이란 선악 이분법이 동원됐다. 정권이 어떤 실정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치세력이 아닌 신앙의 대상을 향한 반응과 닮았다.

기독교 정당의 원내 진출 조짐은 이 흐름 위에서 돌출하는 하나의 신호일 뿐이다. 신의 이름으로 정치세력화를 꾀하든, 종교적 언어로 비판 의견을 정죄하든, 합리와 상식을 잃은 정치는 가장 위험한 비수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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