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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폭탄' 재벌 3세에 '한국'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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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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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주류인 재벌기업들에서 3세들의 경영 참여는 이미 상당폭 진전돼 있다. 국내 1위 삼성그룹에선 창업자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자녀들에게 경영권 물려주기가 진행 중이며, 현대차·엘지(LG)·두산·한진 등 주요 재벌에서 창업주의 손자·손녀들이 주요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3세는 정상적인 입사와 승진 절차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한겨레> 조사 결과, 국내 주요 15개 그룹 28명의 재벌 3세들은 평균 28.1살에 입사해 31.2살에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부터 임원 선임까지 걸린 시일이 평균 3.1년에 불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올해 11월 국내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때까지 걸린 22.1년에 견줘 극히 짧은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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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부를 쌓은 것도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을 통해서였다.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해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온라인 면세점 업체인 싸이버스카이와 정보통신업체 유니컨버스 등의 대주주다. 3남매가 각각 100%, 85% 지분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전체 매출의 각각 83%, 66%에 이른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총수 일가 3남매도 내부거래로 성장한 삼성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상장으로 수조원대의 차익을 얻었고, 원금의 200~300배에 이르는 투자 수익을 얻었다.

이런 양상은 대부분의 재벌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에스케이(SK)의 에스케이씨앤씨, 한화의 한화에스앤씨 등 정보통신업체나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롯데의 대홍기획 등 광고업체의 대주주는 재벌 3세들이며 이들의 물량은 그룹 안에서 나오고, 매출 및 영업이익은 그룹 평균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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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재벌 3세는 도덕성이나 경영능력 면에서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비켜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의 잘못이 비단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나아가 사회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해마다 500억원 안팎을 광고비로 지출하는데, 조 전 부사장이 입힌 브랜드 이미지 손실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을 두고 “비즈니스 감각을 갖췄다면 괜찮다. 만약 아니라면 한국 전체가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재벌에 함께 적용될 수 있다. 효성의 경우 조석래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한 법인세 탈루, 세금 포탈 등의 혐의로, 장남 조현준 사장은 해외차명계좌를 통한 증여 관련 세금 포탈 혐의로 기소돼 기업 브랜드 가치와 경영 일선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4대 그룹의 고위 임원은 “고생한 창업주, 또 그 과정을 지켜본 자식 세대(2세)와 달리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에 태어난 현 재벌 3세들은 경험에서 차이가 있다. 어릴 적부터 경제 호황을 누리며 주변을 둘러볼 줄 모르고, 기업 경영도 편하고 윤이 나는 광고·정보통신 등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땅콩 회항’에서 보듯 총수 일가, 특히 경험과 역량 면에서 부족한 3세들은 그릇된 행동으로 기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 때문에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 내 승계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의 채이배 회계사는 “거수기 노릇을 하는 사외이사 제도를 그 취지에 맞도록 정보와 권한을 줘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기업 스스로도 승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후계자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총수 자녀들이 예외없이 부(지분)는 물론이고 경영권까지 물려받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산업경제학)는 “총수 일가의 자녀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권을 승계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해외 유수의 기업처럼 대주주 자녀들이 소유권을 물려받는 대신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수십년 동안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의식이 바뀔 때라는 지적은 재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재벌그룹 계열 연수기관의 고위 임원은 “총수 일가로서 제왕적 리더십을 유지해서는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 사회가 발전한 만큼 재벌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