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 유보하나?

게시됨: 업데이트됨:
DEFAULT
한겨레
인쇄

서울시의 시민인권헌장에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할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 쪽에 “미합의 사항을 표결로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위원들은 “서울시가 인권헌장 제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서울시와 시민위원회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이날 저녁 7시 시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민위원회의 마지막 전체회의에 앞서 시민위원회 쪽에 “미합의 사항에 대해 표결하지 말고 합의해 달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박원순 시장도 최근 시민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헌장에 담길 내용 가운데 아직 합의가 안 된 것은 차별 금지 사유와 관련한 부분이다.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중략)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문구와 ‘서울시민은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포괄적인 문구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서울시의 ‘표결 반대’ 방침은 사실상 인권헌장 제정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수·극우 단체들과 일부 기독교계가 ‘박원순 시장은 친동성애자’라고 비난하며 ‘성적 지향’이란 표현을 적시하는 것에 극렬 반발하고 있는데다, 시민위원회 내부의 의견 차이도 커 표결 외에는 뾰족한 합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인권헌장은 시민위원회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다수결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시민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2월10일 ‘세계인권의 날’로 예정된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식을 연기하고 토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참모진은 인권헌장 제정 문제로 박 시장에 대한 동성애 혐오 세력의 비난이 확산되자 ‘비정상적인 논란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12월10일에 맞춰 인권헌장 제정을 강행하면 소모적인 갈등만 불러올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위원은 “표결을 하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예 인권헌장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민위원회는 전문위원 30명, 일반인 15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합의 사항’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이날 오후 열린 시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위원들은 밤늦게까지 치열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광주광역시가 2012년 5월 인권헌장을 제정했으며, 광주시는 제12조 1항에서 “모든 시민은 피부색, 종교, 언어, 출신 지역, 국적,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자신의 문화를 향유하고, 자신의 종교를 표명하고 실천하며, 자신의 언어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