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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수사권·기소권은 정말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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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설치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면 사법체계가 흔들릴까.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다”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럴 것이냐”고 말했다(8월12일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한겨레21>은 법학자와 해외 사례를 취재해 이 궁금증을 질문과 답변으로 풀어봤다.

모든 조사를 강제 수사 한다는 뜻 아냐

[수사권·기소권은 무엇인가?]

수사권이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기소권이란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는 권한을 말한다. 두 권한은 법률에 따라 누구든지 부여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형사법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검찰이 독점하지만 모든 나라가 그렇진 않다. 오히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우리나라 검찰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프랑스는 국가소추주의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피해자 개인이 직접 소추할 수 있는 제도(사적소추주의)를 마련해뒀다. 영국이나 미국은 기소배심제도나 대배심제도로 시민이 형사사건을 기소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한다.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누구한테 줄 것이냐는 각 나라의 입법자가 결정할 문제다. 입법자란 이완구 대표와 같은 국회의원을 말한다. 스스로 결정해야 할 정책적 판단을 ‘사법체계’라는 허울을 앞세워 방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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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등의 여야 협상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


[우리 헌법은 검찰의 수사권·기소권만 인정하나?]

우리 헌법은 영장신청권(형사소송법상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주도록 돼 있다. 그 외에는 특별한 제약이 없다. 입법자가 필요하다면 법률을 제정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누구에게나 부여할 수 있다. 이미 수사권은 경찰·검찰에서 근무하는 수사공무원은 물론 다양한 영역의 공무원이 갖고 있다. 철도·산림·세무·출입국·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그렇다. 이들은 법률에 따라 사법경찰관 자격을 얻어 ‘특별사법경찰관리’라고 불린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에게도 수사권을 주면 된다. 현행법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1천여 명의 변호사와 230명의 법학자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는 것인가?]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연안에서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전원이 모두 꺼졌고 방사성물질이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와 국회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피해 지역 주민 각 1명씩을 조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월호 피해자는 진상조사위에서 직접 활동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3명의 진상규명위원을 추천할 뿐이다. 이들은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재직자나 대학 전임교수 10년 이상 재직자 등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추천된 진상조사위원 중 1명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게 세월호 피해자의 주장이다.

진상조사위에서 모든 조사를 강제 수사하겠다는 게 아니다. 과거 조사위원회 활동을 보면, 막히는 부분이 있다. 동행명령장 발부 등을 넣어 조사 방법을 강화해봤지만 항상 벽에 부딪혔다. 조사는 당사자의 동의와 협조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국가정보원·경찰 등 정보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에서 자료를 내놓지 않을 때다. 찾아가서 조사하려 해도 아예 문을 막아버린다. 이럴 때 강제 수사할 권한을 진상조사위에 부여해달라는 것이다. 수사권은 진상 조사를 위한 수단이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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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


특검 역시 형사사법 체계서 벗어난 형식

[수사권·기소권을 민간조사위원회에 주는 것인가?]

세월호 특별법으로 설치될 진상조사위는 민간조사위원회가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 담화에서도 밝혔듯 국가가 만드는 특별조사위원회다. 진상조사위원도 공무원이다. 따라서 국가조사위, 공무원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현재 진상조사위 대신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특별검사제도도 처음에는 사법체계를 흔든다고 법무부 등이 반대했다. 검사가 아닌 변호사에게 실질적으로 검사의 자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형사사법 체계에서 다소 벗어난 특검을 만들었고 지난 15년간 11차례나 시행했다. 또 여야는 특검을 상시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상설특검법도 지난 6월 발효했다. 세월호 피해자가 추천한 진상조사위원도 특검처럼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진상조사위원 1명에게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것과 특검이 무슨 차이가 있나?]

첫째, 일단 긴밀한 소통으로 수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둘째, 인사 방법이 다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지닌 진상조사위원은 세월호 피해자가 추천한다. 하지만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피의자가 검사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검은 수사 기한이 최대 90일에 불과하다. 세월호 피해자가 입법 청원한 진상조사위의 활동은 최대 3년이고, 여야가 합의한 것도 최대 2년까지 보장한다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 진상조사위가 필요한 이유는?]

첫째, 세월호 사고에서 무능과 부정부패를 드러낸 국가를 세월호 피해자는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밝혀내야 할 진실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왜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피해자들은 궁금해하지만, 해양경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혼자서 아무리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다 해도 끝내 수많은 의혹을 씻어낼 수 없고, 그러면 국가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피해자가 인정하는 조사위를 만드는 것이다. 이 조사위가 성역 없이 조사해 내놓은 결론이라면 신뢰의 씨앗이 움틀 수 있다.

둘째, 정부가 조사의 대상이고 진실 규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해 당사자로서 일종의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 정부가 진상 규명의 주체로서 자격이 없기에 국회와 피해자가 주도해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게 당연하다.

야당, 법적 논리로 따지지 않고 먼저 물러나

[야당도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데 소극적이다?]

그렇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관 일부가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을 갖고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놓았다. 그때부터 “사법체계가 흔들린다”고 여당이 몰아세웠다. 법적 논리를 내세워 조목조목 따지지 못하고 야당은 한발 물러나 특별검사제도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특검 후보 추천권만 야당이 갖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야가 함께 제정한 상설특검법을 내밀며 압박했다.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상설특검법을 통과시킨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덜컥 이원구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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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