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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퇴진' 선언한 교사 "해직 각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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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중 지혜복 교사 “박 대통령, 진상 규명 의지 없어”

“아이들 위해 사회 안전해질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지혜복(49) 서울 용산 한강중학교 교사(사회과)가 노란 리본을 달고 강단에 섰다. “내일은 꽃이나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하지 않으면 좋겠다. 난 어른이자 교사로서 축하를 받을 자격이 없구나. 대신 내일 같이 노란 리본을 달자. 다시는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자.”

지 교사는 흐느끼는 중2 학생들 앞에서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친 게 얼마나 미안한지 모르겠구나. 이제는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치지 않을 거다. 이 사회가 안전해질 때까지 선생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너희도 가만히 있지 말고 무엇을 받아들일지 말지 스스로 판단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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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지 교사는 학생들과 약속을 지키려고 교사 선언에 나섰다. 그는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실명으로 함께 올린 80명의 교사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13일 같은 요구를 한 교사 43명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 방침 철회도 요구했다.

29일 <한겨레>와 만난 지 교사는 “43명이 선언을 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그때는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그뒤 이분들을 지원하는 2차 선언을 하자는 몇몇 선생님들의 제안이 있어 함께하게 됐습니다”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80명 가운데는 전교조 소속 교사도 일부 있지만, 전교조와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 교사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것은 ‘셀프 진상조사와 개혁’으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선거에 개입하거나 특정 정당의 편을 드는 게 아닙니다. 이번 선언은 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기본권을 꽁꽁 묶어둔 정부한테 법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징계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앞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교사분들이 해임을 당할 수 있고, 저희도 같은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해직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지 교사는 고3과 초2인 두 딸을 두고 있다. 큰딸 또래의 아이들이 세월호에서 죽어간 사실이 그를 더 슬프게 했지만, 그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도록 용기를 준 사람도 딸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큰딸은 28일 아침 전화로 “그런 선언한다고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엄마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지 교사는 세월호 참사와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앞으로 지방선거에 월드컵 기간을 지나면 세월호 참사가 아예 묻힐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세월호와 용기를 낸 교사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