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세 모녀 자살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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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YONH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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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크리넥스 통을 옆으로 눕혀 그 위에 반듯하게 놓인 쪽지, 그것은 세 모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신음이었다. 떠나는 순간까지 도와 달라는 한마디 말보다, 더 이상의 돈을 낼 수 없어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적은 메시지. 그들이 살아있을 때 느꼈을 빈곤에 대한 끝없는 불안감이 절절하게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송파구 단독주택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지 딱 일주일이다. 안타깝고 아픈 마음이 진정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세 가족이 더 유명을 달리했다. 2일 동두천에서 30대 주부 윤씨가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다. ‘미안하다’는 글씨를 적은 세금 고지서가 윤씨의 옷에서 발견됐다. 역시 생활고였다.

이제는 소식을 보도하기가 무섭다. 다음날 3일, 경기도 광주에서는 아버지 이모(44) 씨가 그의 딸(13), 아들(4)을 데리고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집 안방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딸은 지체장애 2급이었다. 이 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자녀들을 홀로 키워왔다.

그리고 오늘 5일 전북 익산에 사는 A(35, 여)씨가 아들(7), 딸(2)과 집 안방에서 연탄가스에 질식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이혼을 앞두고 남편과 소송 중이었고, 투자 실패로 빚을 떠안고 있었다. 남편(35)에게 남긴 유서 형태의 메모에 "너에게 자녀를 남겨 두기가 아까워 데려간다"고 동반자살을 택한 이유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안전망’과 ‘사적 안전망’이 모두 부재해 생활고에 비관하고 심적 좌절을 느끼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도 온정의 손길도 불가능함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한다. 세상이 그들에 눈길을 돌리는 건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뒤다. 그것도 아주 잠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소속 허선 교수는 "사적 안전망과 사회적 안전망이 같이 작동하는 사회가 정상 사회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사적 안전망이 파괴되고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를 '개인 빚'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체 안에서 해결돼야 할 것들이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개인이 빚을 내게 되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받다가 결국 자살에까지 이른다"는 것.

(노컷뉴스 「잇따른 일가족 자살은 '사회적 비극'」 2014/03/04)

여러 사람이 목숨을 끊은 뒤에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완하는 몇 가지 긴급제도들이 일시적으로 거론될 뿐, 차상위계층까지 포괄하는 충분한 복지제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이는 예산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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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한국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오른쪽)이 고용ㆍ산재보험을 통한 보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선 순천향대 교수, 문진영 서강대 교수,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공동대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이번 사건만 봐도 이혼을 앞둔 30대 여성이 두 자녀에 대한 양육부담 등으로 좌절감에 빠져 자살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 여성은 현재 사회복지시스템 안에서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또 생활고 자살' 대책 시급.."통합 안전망 갖춰야"」 2014/03/05 09:57)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지금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숫자가 14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데요. 이제 이 기초생활수급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포함되지 않거나 차상위계층 이하인 사람들이 410만 명 정도가 되고 있고요. 전체 빈곤 인구를 800만 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사실상 기초생활보장제도 외에 우리나라에 빈곤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야말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아주 미약한 부분을 메꾸는 이런 긴급제도들이 몇 가지가 있을 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법 자체가 너무 적은 숫자의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일단 있고”라고 전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만약 동반자살 세 모녀가 주민센터를 찾아갔더라면?"」 2014/03/04 8:38)

이런 뉴스를 전하는 것마저 조심스럽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이후 인터넷에서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에 대한 검색량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이고, 혹여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 모방 자살이 잇따르는 ‘베르테르 효과’ 등의 심리적 요인까지 분석하여 빈곤층의 삶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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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에 이어 한강대교에도 자살 예방 글귀가 새겨져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200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한강의 다리 가운데 자살시도가 가장 많았던 곳은 마포대교(110명)에 이어 한강대교(64명)가 두 번째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에서 보도가 나오면 관심을 갖게 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그 결과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뒤따르는 ‘베르테르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관계 등을 분석하는 대인관계 모델에서 문제점을 파악해야 좋은 예방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키워드 위주의 전달도 문제로 꼽힌다. ‘자살’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다’는 식으로 표현해야 검색량이 줄어들고 베르테르 효과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 「송파 세 모녀 이후 '동반자살' 검색 2배로…'베르테르 효과' 확산」 2014/03/04 20:58)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자살에 대해 우리가 직접 해결할 일이 산적해 있다. 사회적 복지망을 확충하고, 각 가정이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마련할 수 있는 공동체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 선정적 자살 보도에 더해 일시적 관심에만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한 번만이라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라고.

인터넷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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